작년부터 올해까지 주식 시장을 주도했던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AI 산업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산업이 커지면서 성장통을 겪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대로 된 AI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하루 아침에 폭락한 것이다. 물론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AI 역시 닷컴이나 코인처럼 실체 없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진짜 거품일수도 있고, 자율주행이나 확장현실처럼 거품은 아니지만 일상으로 다가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의 진정한 잠재력을 이해하려면 기술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CEO들은 AI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AI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여전히 정당하다는 코멘트를 공유했다.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기술 분야에서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AI에 적게 투자했다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많이 투자했다가 돈을 잃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도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AI는 모든 부문에 생산성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플랫폼스의 마크 저커버그 CEO, 아마존의 앤디 제시 CEO 역시 AI에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세상의 변화에 가장 앞장선 사람들이 말했다. AI는 이제 시작이다.
누군가의 방을 보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방에 있는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과 취미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까지 들어가지도 않고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유튜브 구독 채널을 알아내는 것이다. 사람들이 인지하기 어렵지만 일상에서 AI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SNS 채널이다. 알고리즘이 검색 기록과 시청 기록을 분석해서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좋아요를 누른 영상과 비슷한 콘텐츠로 피드가 뒤덮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의견만 수용하고 싫어하는 의견은 배척하며 라이프스타일이 변화되고 쉽게 변하지 않게 된다.
AI가 교묘하게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세상에서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반대로 알고리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쇼핑 기능을 강화하며 인플루언서는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동경하게 만들고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세일즈를 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고민은 소재 고갈인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AI 덕분에 더 이상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본주의에는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 빈자가 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존재한다. 자본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고, 그렇게 절약한 시간으로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한다. 그런데 이런 부익부빈익빈 현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새로운 자본이 바로 AI다. AI를 활용하면 같은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같은 일을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다. 특히 AI와 자동화를 결합하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데, 자본주의에서는 이를 사업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돈을 주고 사업체를 만들면서 부익부빈익빈은 심화되고 인생 역전은 훨씬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AI 때문에 심화되는 부익부빈익빈 속에서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가 되려면 시간을 벌어야만 한다. 자본가가 되기 위해 처음에는 노동으로 시드머니를 마련하듯이 AI를 통해 사업체를 구축하려면 ChatGPT, Claude 같은 LLM 기술과 Make, Zapier 같은 자동화 툴을 익혀야 한다. AI 자동화 기술을 익히면 직장에서는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데 썼던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자신만의 사업체를 구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도 생성형 AI 출현 이후 더 쉬워졌다. 비록 직장에서는 노동자로서 지시받은 업무를 하겠지만, 직장 밖에서는 AI를 통해 내재된 창의성을 발휘하는 자본가로 살아갈 수 있다.
시대상에 따른 인재상이 다르듯이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도 유행을 탄다. 예를 들어 애플과 삼성전자의 생태계 모델, 구글과 페이스북의 플랫폼 모델,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계획된 적자 모델,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공유경제 모델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구독경제 모델이 유행하고 있는데, 개인들이 AI를 활용해서 가장 쉽게 사업화까지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AI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해서 배포하는 뉴스레터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은 직접적인 수익원이 아니라도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전체 시장이 크면서도 카테고리 분류가 다양한 니치마켓에서 비즈니스모델이 창출되고 경제적해자가 형성된다.
AI 기반의 구독경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휴먼 터치를 더해줘야 한다. 아직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AI에게 모든 일을 전적으로 위임하기보다 사람이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센스 있는 제목을 짓거나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하나의 시리즈로 엮는 것은 여전히 AI보다 사람이 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생성형 AI와 함께 구독형 콘텐츠로 만들면 인간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지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AI 덕분에 취미 생활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불과 몇 주 전에는 AI가 혁명인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이 주가가 떨어지자마자 AI는 거품이라고 태세전환하는 모습을 보며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사람들은 거품을 허상 또는 사기라고 매도하지만 사실 거품은 시장이 커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맥주를 따를 때에도 거품을 내지 않으려고 잔을 기울여 천천히 따르면 맥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맥주 표면이 공기에 닿아 산화되는 것을 거품이 막아서 신선함과 청량함을 유지해준다고 한다. 물론 거품만 한가득이면 안 되겠지만 적정량의 거품은 산업에 충분한 자금을 유입시킴으로써 기업이 적극적으로 혁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혁명과 거품은 한끗차이라 분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쩌면 구별하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AI와 많이 비교되는 닷컴 버블의 경우에도 수많은 회사들이 사라졌지만 살아남은 회사들은 전성기를 누렸다. 심지어 그 중에는 빅테크 중 하나로 자리잡은 아마존닷컴도 있다. 코인 버블 역시 수많은 사기로 얼룩졌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발전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AI 역시 일부 사람들의 말처럼 거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거품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건 이미 개인의 삶에 침투한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만약 AI가 진짜 혁명이라면 인생에서 몇 차례 오지 않는 기회를 놓치고 평생 후회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