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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호 가이드 Nov 14. 2019

역대급 최악의 홍수, 베네치아 아쿠아알타 현장

촬영 : 2019년 11월 13일 

역대급 최악의 홍수, 베네치아 아쿠아알타(홍수) 현장


어젯 밤, 창문을 날려버릴 것 같은 바람이 한동안 휘몰아쳤다. 베네치아 본섬이 아닌 메스트레(육지)쪽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그저 창문 밖 셔터를 내리고 바람 소리를 피해 침대에서 쉬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살펴보던 중 페이스북에서 알람이 여러번 울리기 시작했다. 베네치아의 대중교통 회사와 베네치아 뉴스 관련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1966년(194cm) 이후 최악의 홍수 발생(187cm).


물에 일부 잠겨있는 베네치아 본섬 기념품 가게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고 나서 다시 확인 해 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작년 10월 29일 물 높이 156cm 일 때에도 해외토픽으로 보도된 적 있었는데 187cm 라고 하니 역시나 다시 한번 한국에서도 베네치아가 물에 잠긴 소식을 해외토픽으로 전하고 있었다. 유럽여행 관련 사이트나 블로그에선 베네치아 상황이 어떤지, 가도 괜찮은건지를 묻고 답하는 글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이쯤되니 나도 본섬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궁금해서 아내와 함께 오전에 잠시 베네치아 본섬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장화는 필수

하루에 2번 밀물과 썰물 시간이 있는데 내가 방문한 오늘 오전은 밀물 시간 때였으며 물 높이가 최대 150cm에 이를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100~110cm 부터 아쿠아알타(홍수)라 부르고 있으니 150cm라는 숫자도 지금까지의 수치 중 열 손가락안에 들 정도의 높이였다. 때 마침 밀물 시간 때라 우리 이태리부부도 장화가 필요 할 것 같아 메스트레에서 미리 구입했다. (일회용 비닐장화의 경우, 본섬에서는 1개당 8~10유로, 메스트레에서는 7~8유로에 판매되고 있다.)


양말과 신발은 들고 다니고, 맨발인 상태에서 장화를 신자.

한국돈으로 만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리 튼튼하지 않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물이 들어기가 일쑤여서 애초에 장화를 신을 때 신발 위에 덧신지 말고 신발과 양말은 가방에 넣어두고 맨발로 장화를 신고 천천히 길을 나섰다. (결론만 먼저 이야기하면 이번에도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물이 들어오긴 했다.)


아쿠아알타(홍수)일 때, 캐리어는 두 손으로 들고 이동해야 한다.

물이 조금만 올라왔다면, 쓰레기 수거해주시는 분들이 임시다리를 설치 해 주시는데 물이 완전 넘쳐버렸을 때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장화를 신고 캐리어를 짊어지고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수 밖에..


운하와 거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아쿠아알타(홍수)

118개의 섬이 400여개가 넘는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베네치아 본섬이라 부르고 있다. 섬마다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아쿠아알타(홍수)가 발생하면 물의 높이도 제각각이다. 평균적으로 보았을 땐 리알토 다리 부근이 가장 저지대(약 75~85cm)이긴하다. 어떤 곳은 무릎만큼, 어떤 곳은 허벅지만큼 물이 올라오는게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상가 안으로 들어온 물은 펌프를 통해 다시 바깥으로 빼낸다.

거리는 혼돈의 도가니다. 상가 안에 있던 물들이 바깥으로 배출되면서 좀처럼 물 높이가 내려가지 않는다. 그저 썰물 시간대가 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상인들도 오늘은 장사를 접고 쓸고 닦고 복구 작업에 시간을 투자한다. 물을 막아주는 바리케이트가 설치 되어 있긴 하지만 100% 물을 차단하지 못해서 아쉽다. 홍수로부터 상가를 보호 할 수 있는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없으려나...?


물에 잠겨 있는 리알토 다리 부근

리알토 다리 부근도 역시나 물에 잠겨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물 높이가 140cm 이하로 낮아지면서 수상버스 운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차역으로 돌아 갈 때에는 걸어가는게 아니라 수상버스를 타고 이동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에 잠겨 있는 산 마르코 성당과 광장

오랜시간 잘 보존되어 오던 산 마르코 성당. 최근에 이런 물 난리가 자주 일어나다보니 현지 사람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아쿠아알타(홍수)로부터 산 마르코 성당을 비롯하여 주변의 주요 건물들을 보호 할 수 있을까? 여러 해 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모세 프로젝트가 하루 빨리 완성되어 베네치아를 지켜줄 도구로 잘 활용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산 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에 들어온 물을 빼내러 가시는 분들

펌프를 들고 다니면서 이 곳 저 곳 분주히 물을 빼내는 분들도 있다. 썰물 때 자연스럽게 물이 빠져나가면 좋겠지만 들어올땐 훅 들어왔다가 나갈땐 지지부진하게 물이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곳곳에 있다. 열심히 작업해서 물을 뺐는데 다시 밀물 시간에 물이 들어와버리면 조금은 허무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건물들이 물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들 부지런히 움직이신다.


곤돌라, 오늘은 쉽니다.

홍수가 발생하면 곤돌라도 다리 밑으로 지나가기가 어려워서 운행을 하지 않는다. 비오면 비오는대로, 더우면 더운데로, 추우면 추운데로 여러가지 이유로 일하는 날보다 왠지 쉬는 날이 더 많을 것 같은 뱃사공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이용하는 수상버스 2번

산 마르코까지 둘러 본 후, 다행히 숫자 2번 수상버스가 운행중이어서 기차역까지 수월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내일도, 모레도 아쿠아알타(홍수)가 예보되어 있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오늘보다는 물 높이가 낮을 거라는 점.

하루 빨리 홍수로부터 베네치아를 지켜줄 모세 프로젝트가 성공 했으면 좋겠다.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상호 가이드 (유튜브 : 이태리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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