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산책은 언제나 강력추천!
작년에 베네치아 본섬에서 새해맞이 하려다가 고생했었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메스트레 페레토 광장에 다녀왔다. 메스트레(육지)에서도 불꽃을 터뜨리는지, 카운트다운 행사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종종 계시기도 했고, 나 역시도 궁금했던 부분이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페레토 광장을 방문 했다.
안전을 위해 입구에서 짐 검사를 간단히 한 후, 페레토 광장에 진입했다. 페레토 광장에서는 기대했던 카운트 다운이나 불꽃 터뜨리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모두가 밝은 얼굴로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광장 주변으로 건물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바람도 불지 않아서 자정의 시간임에도 그렇게 춥다는 느낌 없이 행사에 참여 할 수 있었다. 나와 아내는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일단 집으로 귀가한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
5시간의 꿀잠을 잔 뒤, 다시 집을 나섰다. 일기예보상 날씨도 좋아서 올해는 일출을 꼭 봐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 했다. 1월 1일 오전에는 기차도 수상버스도 최소한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해 뜨는 시각을 맞추기 위해 시간 계획을 미리 세워둔 덕분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이동 할 수 있었다.
로마광장에서 2번 수상버스 탑승 후 리알토 정류장으로 이동(약 10분 소요)하고 리알토에서부터는 걸어서 산 마르코 광장까지 이동했다.(약 7분 소요). 이른 시각의 산 마르코 광장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만 소리내어도 광장 끝까지 울려 퍼질 것 같은 적막감. 이 때의 느낌은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꼭 1월 1일이 아니더라도 베네치아 여행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면 꼭 새벽산책을 포함시키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1월 1일, 해 뜨는 시각 07시 49분이었는데. 대략 7시 30분부터 8시 사이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새해 소망을 이야기 했다. 고요한 정박된 곤돌라에 바람이 불어와 잔잔한 물소리를 일으킨다. 이 풍경을 마주하고 있으니 새벽에 일어나기 귀찮음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서있는 나 자신을 칭찬 해 주고 싶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베네체아의 새벽 풍경을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산 마르코 에서 1번 수상버스를 타고 리도 섬으로 향했다.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있어서 조금 늦은 감이 있었는데 기왕 여기까지 나온 거 오랜만에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좀 더 이동하기로 했다. 리도 섬에 도착하니 1월 1일임에도 불구하고 카페테리아가 곳곳에 문을 열고 있었다. 버스도 다니고 있었고, 택시 기사분들도 보였다. 8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아침식사도 안한터라 추위도 녹일겸 카푸치노도 한잔 마시러 정류장 근처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고 나니 다시 둘러볼 힘이난다.
이탈리아에서는 새해 일출 보는 문화가 없어서 그런지 바닷가에는 사람 찾아보기가 어려울정도로 한적했다. 마치 전세 낸 것 마냥 한적한 백사장을 천천히 거닐어보았다. 바닥에는 조개껍데기가 한가득있어서 맨발로 걷긴 어려우니 참고하자. 오전 11시부터는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물에 뛰어들어가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거기 까지 참여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 산책만 조금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어느새 시간이 10시에 다다랐다. 전날 밤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던 탓인지 조금씩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날이 밝으니 수많은 관광객들로 산마르코 광장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거리도 평소처럼 금새 북적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오늘 눈에 담아둔 아름다운 일출을 떠올려보며, 앞으로도 가끔은 이렇게 새벽산책 나오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2020년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보자.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상호 가이드 (유튜브 : 이태리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