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희망 퇴직을 실시한다는 공고가 떴다.
지난주 금요일에 공지가 떴고, 대상자는 2년차 이상 사실상 전 사원 대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난 2년간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음)
팀장, 담당 결재 없이 바로 인사팀에 희망퇴직 수리가 가능했다.
이 말인 즉슨 "모든 직원들이 언제 나가도 상관없습니다" 라는 뜻이 아니면 뭘까.
20년 취준생, 인생에서 가장 많은 거절을 당한 취준생 시기에
이 회사에 붙게 해달라고 몇번이고 빌었던 내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서류, ai 면접과 추가적인 세번의 면접까지 총 다섯번의 전형을 거쳐 그렇게 나를 힘들게 뽑아놓고, 이제와서는 회사가 힘들어졌으니 언제 나가도 막지 않겠단다.
IMF에 회사를 다니던 아버지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차마 가족들에게 "우리 회사가 희망 퇴직을 받는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안그래도 딸이 다니는 회사가 힘들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께, 내 입으로 말할 순 없었다.
금요일 희망퇴직 공지가 뜨고 뒤숭숭하던 분위기를 지나, 월요일날 희망퇴직 한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어떤 팀은 리더급들이 짐싸고 떠나버렸다는 팀도 있었다. 희망퇴직자가 속출한 월요일에는 더욱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장마철 비를 머금은 습한 공기가 우리를 꿉꿉하고 무겁게 억누르듯, 그런 눅눅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사무실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월요일밤은 꿈을 꾸었다. 꿈에서 우리팀에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나는 그 사람들을 막을수도 말릴수도 없었다. 꿈이었지만 꿈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현실로 실현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희망퇴직 받는 시기가 9일이 남았다. 누가 떠나가고 또 누가 남을까.
경기가 어려워진 회사에서 체질개선은 필수불가결 하다는 드라이한 말로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