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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페베 Nov 18. 2020

게임은 거들 뿐, 로코 중드 <미미일소흔경성> 리뷰

장르는 캠퍼스 로코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게임을 곁들인,,,

(2021.01) 주연배우 정솽의 반인륜적 스캔들로 인해, 시청을 재고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다만 이전에 <미미일소흔경성>을 재미있게 보셨던 분들을 위해 이 글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핫한 tvN 드라마 <스타트업>. 제목부터 로그라인, 홍보까지 한껏 스타트업계의 디테일을 살릴 것처럼 하더니 실상은 스타트업 소재로 한 만화만도 못하다. 창업의 'ㅊ'조차 모르는 여자 주인공이 우연한 인연의 VC 수석팀장과 자기 미모에 반한 천재 공학도인 남자들 둘 덕에 창업계의 라이징 스타로 거듭나는 그야말로 판타지 오브 판타지다. 

'왼손은 거들 뿐' 이라는 만화 <슬램덩크> 속 강백호의 말처럼, 주요한 소재인 스타트업은 그저 거들어주는 양념일 뿐 메인 소재는 절대 되지 못한다.


2016년 중국 드라마계에 비슷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미미일소흔경성> 되시겠다.

대놓고 게임을 주요 소재로 삼은 드라마임에도 게임은 거들 뿐, 주요 소재는 그냥 캠퍼스 로코물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평면적인 악역을 담당하는 서브 여주가 등장하는 점이나 전형적인 개그 포지션과 서브 러브라인을 담당하는 룸메이트 주변인 설정까지 <스타트업>과 비슷한 결이 많이 있다. 

그래도 사실 이쪽은 각종 게임 회사 운영이나 개발 관련 디테일, 인물 설정이 훨씬 개연성이나 핍진성도 있고, 게임 소재도 나름 이것저것 살리려고 노력한 티가 난다. 대신 감정선이 판타지에 급전개지만, 로코니까 이해해주는걸로...  (이쯤되면 4년 전 작품에 심지어 중드인 <미미일소흔경성>과 비교되는 <스타트업>은 뭐지?)


게임은 거들 뿐, 캠퍼스 로코물

유달리 중드에서는 게임이나 E-Sports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특히 이런 작품의 경우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고퀄리티의 CG가 자주 등장하는데, 작중 게임 화면을 CG로 실제 구현하거나 대전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미미일소흔경성>만 해도 주요 인물들이 천녀유혼을 플레이하는 게임 속 화면 자체가 전부 CG처리돼서 나온다. 특히 게임 드라마가 많은 것은 아마 중드엔 워낙 CG가 비일비재한 작품이 많아 게임 화면 그래픽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도 하고, 중국 내에서도 게임산업이 폭풍 성장중인 덕으로 추측된다. 


히트작 중에도 오늘 리뷰할 <미미일소흔경성>부터 시작해 <전직고수>, <친애적, 열애적>, <배니도세계지전> 이 다 게임을 메인 소재로 잡고 있고, 내년도 텐센트 기대작 중 하나인 양양, 디리러바 주연의 <니시아적영요>도 게임을 소재로 한다. (놀랍게도 양양은 이 중 3작품의 남주를 맡았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실은 <전직고수> 를 제외하면 진짜 '게임 드라마'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머지는 전부 게임을 소재나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일 뿐이다.  ( <전직고수>는 다음 편에 이어 리뷰하는걸로 )


<미미일소흔경성> 은 나름 게임드라마의 포문을 열어젖힌 작품답게, 게임이 꽤나 자주 등장하긴 한다.

작중 '천녀유혼' 게임 속 CG. 배우들의 실제 얼굴을 본따 캐릭터를 제작한.. 대륙의 자본. 현실세계에서 서로 몰라보는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싱크로율이 높다.

주인공 커플이 처음 만나는 장소와 계기도 '천녀유혼' 게임이며, 계속해서 게임 속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채팅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여주는 드라마 중반부까지 -2016년작임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이 없다!) 남주 역시 친구들과 게임 스타트업을 차린 게임 개발자이다. 드라마 등장인물 대부분이 '천녀유혼' 게임의 오타쿠들이며 게임을 소재로 오해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게임'은 양념에 불과하다. 

사실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와 진짜 재미는 캠퍼스 여신인 여주와 영앤리치톨앤핸섬 남자 선배가 연애하는 캠퍼스 로코다. 서브 플롯 역시 흔한 캠퍼스물에서 등장하는 캠퍼스 인싸들끼리의 삼각관계->질투->오해->해결의 라인이며, 게임 화면도 메인 커플이 게임 속에서만 만나고 있는 초반부에나 자주 등장할 뿐이지 중반부 이후부터는 그냥 <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는 게임회사 운영기다. 이걸 게임드라마라고 칭하기에는 <랑야방>을 로맨스, <진정령>을 복수무협극으로 해석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인트로에 등장하는 '천녀유혼' 게임 속 메인 커플의 첫만남 장면 이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게임 속에서 만난 얼굴 모르는 남녀가 게임에서 사랑을 키우고 실제 세계에서까지 연애를 한다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고 설렌다. 하필 그 실제가 그 넓디넓은 대륙 땅덩어리 중에 하필 같은 캠퍼스의 서로 유명한 선후배 사이라는 게 문제지만... 게임 속에서나, 실제 상황 속에서나 남녀 주인공이 능력도 있고 똑부러진 사이다 캐릭터라 매력적이기도 하다. 화려한 비주얼은 덤.


게임 드라마라는 맥락을 '흐린 눈' 하고 캠퍼스 로코로만 보면 꽤나 재밌고 설레는 작품. 

연애 과정에 전혀 고구마랄 게 없으며 현실 첫만남인 10회 이후부터는 매 회 설레는 장면이나 키스신이 꼭 나오기 때문에, 달달하고 가벼운 로맨스 작품을 보고싶다면 강력 추천! 수건 키스신같은 경우에는 수많은 한드 키스신으로 단련된 철옹성같은 나의 심장까지 녹여버릴 정도.


남주 개연성 = 배우 양양의 비주얼이 아니었더라면...?

남주 역할을 양양이 연기하지 않았더라면, 이 드라마는 분명 망했을 것이다.

애초에 넷플릭스 입고는 물론이거니와 나같은 외국 여성이 하필 그것도 변두리의 브런치같은데 글 쓸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17억 대륙이 사랑할수밖에 없는 얼굴..

여성이 대부분의 소비자인 로맨스 장르의 셀링은 남자주인공이 결정한다. 

그런데 <미미일소흔경성>은 배우 양양의 빛나는 비주얼만이 샤오나이 캐릭터의 몇 안되는 개연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앤리치톨앤핸섬 + 칭화대학교를 휩쓴 천재 IT 개발자에 농구까지 잘하는 퍼펙트남 - 이라는 탈인간급 설정은 사실 드라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한드로 단련된 나에게는 오히려 당연할 지경.


다만 남주 샤오나이는 ... 감정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애초에 모든 로맨스에서 관계성을 두텁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왜 사랑하게 되었나' 가 매우 빈약하다. (게임 속에서 그녀가 소박맞는 모습을 봤는데) 하필 현실 세계 PC방에서도 너무너무 예쁜 그녀의 비주얼을 봤기 때문에 - 가 드라마 내에서 설명되는 전부에 가까운데...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이렇듯 개연성은 없는데 남주는 여주에 푹 빠져있으며 거의 집착광공에 가까울 정도로 그녀만 바라본다.

9회 엔딩인 첫만남 장면. 30부작인데, 10회에서야 현실 세계에서 처음 만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주는 10회까지 현실 세계에서는 학교 후배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여주에게 절대 대시하지 않고 말조차 걸지 않으며, 게임 속에서만 그녀와 소통한다. 심지어 약간은 스토커스러운 모습까지 보인다. 게임 속에서는 폭풍 대시를 해대면서 기껏 도서관에 여주를 보러 가놓고 그냥 멀리서만 쳐다보다가 게임 채팅으로만 말을 거는 것이 전부인 상황이 잦으며, 학교 수업에서 옆자리에까지 앉아놓고 별 대시도 않는다. 이런 장면들에 대한 개연성? 양양의 잘생긴 외모와 꿀 떨어지는 로맨틱한 눈빛이 전부다. 그 어떤 설명도... 없다. 


심지어 중반에는 남주는 먼치킨급 설정에도 불구하고 약 7-8회 가량 키링남으로 전락한다.

본격적으로 남주의 게임회사 서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남주 샤오나이는 그냥 여주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시키는 대로 전부 하며 여주를 빛내주는 잘생긴 키링남 정도로만 등장한다. 사실 웬만한 비주얼이 아니었더라면 여주 원탑극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겠지만, 등장할 때마다 양양의 비주얼이 남주 키링남화의 개연성을 한바가지 부여해버린다. 여성 시청자가 대다수인 로코물 특성상 남주의 헌신적인 키링남 모드는 당연히 나올수밖에 없는 장면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너무 길다는 점. 그동안 남주네 회사나 개인 서사, 개인의 매력은 전부 가려져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로코만의 톡톡 튀는 상큼한 로맨스는 가볍게 시청하기 딱 좋다.

클리셰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설정 투성이지만, 나름 그런 작품들만의 유치뽕짝스러운 맛이 있으니 웹드라마 보는 셈 가볍고 설레이게 보기 좋을 듯. 무엇보다 메인 커플 비주얼이 화려해서 눈호강하기도 딱 좋다. 중드 현대극의 장벽 중 하나인 중뽕도 마지막 2개회차에 한두번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심지어 남주 샤오나이는 양양 본인 더빙이다. <전직고수>로 양양 입덕하신 분들이 본인 목소리 궁금하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근데 여주 베이웨이웨이 역할을 맡은 정솽은 성우 더빙이라 둘의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립 싱크가 안 맞는 게 종종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20대, 특히 대학생들의 문화나 가벼운 중국어 회화, 어법을 공부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느낌. 넷플릭스는 크롬으로 추가 프로그램 깔면 한/중 자막을 함께 볼 수 있으니 드라마로 중국어 공부하는 분들께는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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