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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페베 Nov 24. 2020

사랑까지 바란 남자,사랑만을 원한 여자- 중드 <동궁>

후회집착광공 남주가 보고픈 당신을 위한 마라맛 킬링로맨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슬픈 사랑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포함되지 못한다. 왜일까? 

바로 고전적인 개념에서의 '비극'은 운명에 의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성 면에서도 그렇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결말은 운명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 개인의 선택과 우연에 의해 벌어졌다. 반면 4대 비극에 포함되는 작품들 - 햄릿,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 - 는 어떠한가? 인물들의 파멸과 몰락은 필연적이었으며 인물들은 결국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운의' 인물일지는 몰라도, '비극적인' 인물은 아니게 된다. 

우연은 운명의 일부일 수는 있으나, 운명은 절대 우연이 아니기에 같은 선상에 놓일 수는 없는 것이다.

공식 포스터

이 관점에서, <동궁>은 지극히 비극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원히 널 잊을거야." 라며 연인의 눈앞에서 망천강에 뛰어드는 1화의 첫 도입부터... 이 드라마는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중국판은 망천강 씬이 첫 장면이었다는데 한국판은 15화에 제대로 나온다)

<동궁>은 악연일 수밖에 없는 남녀가 우연히 사랑하게 되지만 운명적으로는 엇갈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처절한 사랑이야기 중 그 어떤 부분도 '이 일이 없었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하더라도 결국 같은 결말로 치닫게 만든다. 사랑까지 바란 남주의 오만한 욕심과 사랑만을 원한 여주의 철없는 나이브함은 결국 끝내 공존할 수 없기 때문. 사랑이라면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남주를 사랑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던 여주가 이별이라는 슬픈 선택을 하는, 지금의 비극적 결말은 필연적이다.


영어제목부터 <Goodbye My Princess> 다. 

결국 <동궁>은 한마디로 55부작 내내 새드엔딩으로 향하는 애틋한 여정인 것. 또 영화 <패왕별희>의 영제가 <Farewell to My Concubine>이었고 그 결말이 어땠는지를 생각해보면...


애절한 로맨스 + 권력 암투의 조화

다만 <동궁>을 뻔한 신파가 아니게 만드는 것은 로맨스에 더해진 살벌한 권력암투와 궁중 두뇌싸움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동궁>은 "동궁"의 주인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에서 기인하는 비극적 사건들과 슬픈 사랑이 주요 서사다. 특히 로맨스-권력다툼의 두 메인 서사라인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맞물려 돌아가면서 재미와 애틋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남주인 5황자 이승은이 엄청난 혜안을 가진 계략남주여서 암투쪽 전개가 매우 시원하고, 특히 자신의 아군(인 척하는) 황후를 비롯해 자신의 뒷배가 되는 궁중 대신들을 모두 협력하고 이용하는 동시에 몰래 배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신하고 굉장히 쫄깃하다. 또 내내 감시당하는 와중에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몰래 썸타는 츤데레 로맨스가 매우 애틋하고 설렌다.

..이때가 좋았어 흑흑..

<랑야방>, <경여년>에서 로맨스를 아쉽게 느낀 시청자에게 <동궁>은 매우 적절한 선택. 또 처절한 애증 로맨스에 환장한다거나, 혹은 기억을 잃고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 운명적 사랑 서사를 좋아하고 (ex. <향밀침침신여상>, <삼생삼세> 시리즈) 특히나 이 두 작품에서 선협물 장르라는 점이 아쉬웠거나 암투 쪽이 더 보고싶었다면 꼭 <동궁>을 보시길.


특히 사막과 황야, 도시까지 아우르며 사계절을 모두 담아낸 아름다운 영상미와 화려한 소품도 인상적. 

당나라 시대 복식과 화장이 나오는데 보다보면 적응된다. 황후 화장이 좀 앵그리버드 (?) 같은데 나름 당나라 대의 고증이라고. CG도 망천강 부분 빼곤 없다시피하니 CG에 취약한 분들도 충분히 도전 가능하다.


나쁜남자가 끌리는 이유

무엇보다 <동궁>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후회집착광공 남주 이승은.

중드판 최고의 나쁜남자다운 매력이 철철 흐르는데 그게 또 다 이유가 있는 나쁜놈이라 더 매력있다.

이런 게 캐릭터성이다. 정말 끝도없이 츤데레스러운데 설렌다. 가끔은 너무하다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이유가 다 있고, 그래놓고 또 뒤에서는 티안나게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여심을 저격한다. 망천수에 뛰어들기 전 순수한 사랑도, 기억을 잃은 뒤 재회한 이후 애틋한 혐관+애증 로맨스도 매력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야말로 여주와 후회, 질투에 미쳐버린 진짜 미친놈이 되는데 배우 진성욱의 좋은 연기와 슬픈 서사가 맞물리면서 그것조차 매력있게 느껴진다. 또 여주 곡소풍 역할을 맡은 팽소염의 인형같이 아름다운 외모와 천진난만한 귀여움이 자아내는 둘의 케미가 압권이다.

> 후회집착광공남주 이승은 <

다만, <동궁>의 단점은 마라맛 서사를 위해 남주 캐릭터를 너무.. 나쁜놈으로 만들었다는 점.

물론 그게 다 이유가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좁다. 사실 이 드라마의 찐재미는 사실 망천강 이후에 기억 잃고 리셋한 다음부터가 시작인데, 몇몇 시청자들이 망천강 에피를 기점으로 하차하는 게 이해될 정도로 남주가 나쁜 놈이다.

이승은 캐릭터 한짤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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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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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최소한 시청자에게만큼은 이승은의 처절한 욕망과 잔인한 선택에 대한 당위성을 더욱 납득시켰어야 한다. 

시청자가 실망하는 것은, 이승은이 어쩔 수 없이 속이는 것에는 공감이 가지만 그 죽음의 크기와 소풍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주가 저지르는 결과가 10이라면,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이해시키려면 최소한 빌드업이 7-8 정도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4-5 정도만 보여진 듯. 

지금의 서사라인은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전개지만, 남주 캐릭터를 보호하고 감정이입을 유지시키려면 어머니와 고씨가문 복수 서사뿐만 아니라 형 죽음이 단치 때문이라던가, 중원인 노예로 쓰는 것처럼 단치인의 만행을 지금보다는 더욱 강화해줬어야 한다. 추가로 에피를 넣지 않더라도, 남주의 감정선이나 계획을 계속해서 짚어주기라도 했어야 한다.


또 단치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만한 강한 이유, 예를 들어 자신이 암살당할거라는 음모를 알았다거나, 단치가 아니라면 태자가 영영 될 수 없다거나, 최소한 여주가 암살당할 지 모르기에 지키려 했더라는 것 정도를 넣어줬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이승은이 최대한 피해가 없게 하려고 했거나, 끝내 조금이라도 막아보려 했더라면 또 어땠을까. 

여주한테 뺨맞고 좋아하는 남주가 있다?!

이 당위성이 들어가더라도 시청자 감정이입만을 위한 것이기에, 스토리라인이 변화하지도 않고 여주 소풍이도 알 필요가 없다. 사실 알더라도 망천수나 후반부 전개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이용당한 것+단치멸망+이후 50화의 미친놈모드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지금 전개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굳이 지금처럼 이승은 캐릭터를 철저히 망가뜨릴 필요가 있었을지는 의문.



아쉬운 점을 더 짚어보자면 -  

2019년 작품이라는 것 치고 너무 철없는 소풍의 캐릭터성이나 정치 쪽 서사를 과하게 후루룩 풀어냈다는 점, 태자비-조슬슬 관련 이승은의 감정선을 두루뭉술하고 복선이나 빌드업도 별로 없이 풀었다는 점, (중드 종특) 조연파티 등이 있겠다. 

특히 정치물의 권력싸움 중 가장 클라이맥스일만한 부분들이 잘 표현되지 않았고 그 자리에 미라주점 조연파티가 들어간 것은 정말 아쉽다. 아무리 로맨스 장르이고 시청자들도 로맨스를 원한다 하지만, 반란같이 엄청난 에피가 너무 충분한 준비 없이 훅 발생하고 정권교체같이 사이다일만한 씬도 고작 입전개나 몽타주 따위로 처리당했는데 그 자리에 메인커플도 아니고 조연파티가 들어갔다는 게 덕후로써 서러운 지점.


이 작품을 보고 내가 이렇게까지 새드엔딩에 후회집착 애증서사를 좋아하는 지 처음 알았다.

사실 <향밀침침신여상> 볼 때는 하필 서브남주인 윤옥 캐릭터에 과몰입하는 바람에 차마 끝까지 못 봤는데, 이 작품을 보고 다시 끝까지 도전할 용기(?)가 좀 생길 정도..


각종 민족이 많이 등장하므로, 보기 전인 분들은 인터넷에 민족이나 지형 정리된 자료가 있으니 찾아보시길.

그거 없이 봤다가 한 3-4부까지는 혼자 왕따당하는 기분이었다...


한줄평: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자 탈덕문을 틀어막는 것은 팽소염의 미모다. 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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