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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페베 Sep 22. 2020

오 마이 갓, tvN <오 마이 베이비> 리뷰

캐비어, 트러플을 넣은... 잡탕찌개 컵볶이(?)

일반적으로 특정 음식에는 기대되는 맛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기대되는 맛은 우리가 그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부대찌개는 짠맛, 조미료맛이 날 것이고, 크림 파스타는 고소한 맛, 떡볶이는 맵고 달큰한 맛이 나겠거니 기대된다. 그 자체의 맛이 얼마나 훌륭한지와는 별개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음식은 외면받는다. 아무리 건강하고 비싼 재료를 쓰고 맛의 밸런스가 훌륭하더라도 김치찌개에 사워크림을 곁들인 푸아그라가 들어가면 그 순간 음식물 쓰레기가 되듯이 말이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선생님이 가장 혼내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자신의 입맛만 생각한 채 대중의 기대는 안중에도 없는 식당 주인들이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오 마이 베이비>는 정확히 망한 김치찌개의 경우와 같다.

흥행불패 장나라가 메인 여주에, 심지어 잘생긴 남성 셋과 사각관계 로맨스를 한단다. 그 남주들도 이미 각자의 작품에서 메인만큼 매력있는 서브 남주로 이름을 날린 이들이다. 각자의 설정도 츤데레 연상남, 동갑내기 소꿉친구 출신 남사친, 뽀짝한 연하남이라니 뷔페가 따로 없다. 게다가 감독도 <뷰티 인사이드> 감독에 작가도 신인도 아니고 육아지 기자 출신이란다. 로그라인도 기깔나게 뽑았다. '결혼 건너뛰고, 육아부터 하고 싶다!' 바야흐로 비혼, 비출산 시대에 얼마나 신선하고 맹랑한 생각인가. 당연히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처참하다.

평균 시청률은 1.9퍼센트(닐슨코리아 기준, 전 회차 평균)에, 팬들은 끝날 날만 기다리면서 염불 외고 있으며, 팬 커뮤니티에는 좋아서가 아니라 별로여서 앓는 소리만 가득하다.

대체 왜 온갖 산해진미를 다 때려넣고... 부처도 담을 넘을 불도장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잡탕찌개가 나온 것일까?

짧게 분석해봤다.

요약하자면, 험난한 세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골드미스 장나라의 달달한 역하렘물 로맨스! 를 표방한다는.... 기획의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아쉬운 로코다.


행복은 임신 순이 아니잖아요

시청자를 꽁꽁 잡아둬야 하는 1,2화에서 반대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놓친 포인트는 이것이다. 

하리(장나라)가 왜 임신을 하고 싶어하는 지 이해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리는 임신과 육아에 대한 강한 열망을 품고 있는 인물로, 1-3화는 그녀가 노처녀에다 남자도 없고, 소개팅은 번번이 실패하는데 자궁내막증까지 겹치며 겪는 그녀의 감정선이 주 스토리다. 육아지 기자 출신으로 출산, 육아 지식은 만땅에다 이미 자기 아이를 위해 유아용품까지 전부 구입해놓은 '준비된 엄마'지만 막상 10년째 솔로에 난자 냉동도 어렵다.


설정 자체는 흥미롭다. <연애 말고 결혼>도 충격적이었는데, 심지어 연애, 결혼 다 뛰어넘고 임신부터 하고 싶단다.  '요즘 세상에 어떤 능력있는 여자가 임신을 하고싶어해?' 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캐릭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질문에 대답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중 표현되는 것은 '미혼에 아이가 없어서 육아지에서 버티기 힘들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는 행복의 근원이다' 가 전부다.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감정선도 키워드도 전무하다.

이건 마치...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 급으로 당황스러운 임신 전개

이는 드라마의 주 시청층에게 임신, 육아는 어떤 것이고 왜 이들이 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지금 비출산을 결심한 여성들이 과연 육아의 행복을 몰라서 낳지 않는 것일까? 출산을 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있어 경력 단절부터 시작해 자신의 경제력, 자유, 건강 등 인생의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00 엄마' 로 살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하리는 단 한번이라도 그런 고민을 하는가? 그런 고민들을 날려버릴 만큼 아이에 대한 강한 욕망을 왜 품었는지 설명이 되는가? 아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임신, 출산, 육아의 문제를 온 몸으로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각종 고충을 겪고 있다. 그런데 하리는 그들을 보며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고 고심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러워만 할 뿐이다. 시청자로 하여금 판타지, 남의 나라 이야기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청자가 공감할 수 없는 드라마는 실패하기 쉽고, 특히 이 경우처럼 반발심이 드는 드라마는 필패다. 심지어 드라마의 주요 문제의식이고 소재이자 주인공의 가장 큰 욕망이 공감되지 않는 순간, 시청자는 채널을 돌려버릴 수밖에 없다.


서브 남주의 <로맨스는 별책부록>

임신, 출산이라는 다루기 까다로울 소재를 풀어내는 제작진의 무기는 바로 '사각 관계 로맨스'다. 애초에 방영 전 셀링 포인트가 출산 소재와 함께, 매력적인 세 남자 '이상', '재영', '으뜸' 사이의 사각관계 로맨스였다. 심지어 세 남자 모두 캐릭터성을 소위 말해 '잘 팔릴' 것들로만 엄선해서 잘 나누어놨다. 츤데레, 소꿉친구, 반전매력 어느 하나 빠짐없이 여심을 휘어잡기 딱 좋은 소재들이다. 제작진의 역할은 이제 세 남자 각각의 매력 뷔페를 열어놓고 하리 그리고 시청자들이 떠먹기 좋게 요리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떠했는가? 극초반부부터 '이상' 쪽 뷔페만 진수성찬으로 가득 차려놓고 재영, 으뜸은 요리랄 것도 없는데 심지어 맛없는 것들로만 가져다 두었다. 사각 관계가 아니라 메인 남주와 서브 둘 관계로 고착화시켜버린 게 가장 큰 패착이다. 초반 4회까지가 가장 중요한데도, 하리와의 관계성이나 감정선이 보이는 캐릭터는 이상 하나 뿐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남편찾기를 할 것처럼 홍보해놓고, 뻔한 로코의 메인커플 서사를 가져다 놓으니 당연히 사각 관계를 기대했던 시청자는 이탈한다. 

눈 씻고 찾아봐도... 이상 말곤 남편 될 분이 없잖아요

무엇보다 좋은 캐릭터성을 끔찍한 설정 속에 넣는 바람에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역하렘물의 기본은 무엇인가? 여자주인공의 취향은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하렘 속 남자들이 시청자의 취향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는지이다. 여자주인공이 누굴 좋아하던간에, 인물만 매력있으면 망할 주식이라도 시청자는 풀매수를 당긴다. 드라마 화제성, 시청률, 코어 팬덤 모두 여기서 기인한다. 당연히 개별 주식의 성공 여부보다 주식의 총 판매량이 높은 드라마가 성공한다. 


그런데 <오 마이 베이비>의 주식 현황을 보자. 종갓집 김치와 1++급 한우를 신선한 야채와 잘 버무린 좋은 만둣속을 가져다가, 푸석푸석하고 두껍기만 한 찐빵같은 만두피로 감싸놓은 꼴이다. 그 어떤 여자도 자신의 생리통을 온 회사에 떠벌리며 '이모'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호감을 갖지 않으며, 애 딸린 이혼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하리와 이어질 기미도 초반부터 원천 봉쇄 수준이다. 심지어 '소꿉친구 남사친'에다가 '동갑내기' '동거남'이라는 재영의 서사는 풀기 어려운 서사도 아니고, 이미 수많은 예시가 존재하며 뻔한 클리셰라도 넣으면 타율 9할 9푼 9리의 '무조건 먹히는' 관계성인데 이것조차 살지 않는다. 그러니 하리-섭남 주식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수밖에.


*여기서 잠깐!

반대로, 잘 만든 역하렘물의 예는 <미스터 션샤인>이다.

첫째로, 개별 남주의 캐릭터성과 매력이 압도적으로 뚜렷하다.

둘째, 여주 애신과의 서사와 관계성 모두 각기 차별화되어있는데다가 셋 모두 매력적이다.

셋째, 앞의 두 토대가 단단한 데서 오는 장점으로, 세 남자 모두 애신과 감정선의 결이 각기 다르다. 그녀를 연모하고 지켜주고 싶은 감정은 같지만, 셋의 감정은 모두 미묘하고 섬세하게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유진은 사랑과 보호, 동매는 동경과 집착, 희성은 미안함과 동지애라는 각기 다른 감정이 배어 있는 연모를 한다.

이 세 가지, 특히 마지막 부분 때문에 시청자는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고 원하는 주식을 살 뿐 아니라, 러브라인 결말을 궁금해하면서 드라마를 보며 다 보고 난 뒤에도 또 보게 된다.

소위 말해 '덕후 머리 깨는' 포인트의 총집합이다.

<오 마이 베이비>가 이 중 몇 개의 요소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명 <오 마이 베이비>만의 매력은 있다.

연출이나 영상미는 물론이고, 남주들 비주얼도 좋다. 

(장나라는 예쁘지만, 사실 여주 비주얼과 로코의 성공 여부는 연관성이 낮다. 중요한 건 남주니까)

또 하리와 하리모가 붙는 장면(ex. 병원씬)처럼, 개별 씬의 감정 포인트가 굉장히 좋은 부분이 군데군데 있다.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도 있어 분위기 환기도 잘 된다.


그러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이자 스토리라인, 셀링 포인트를 둘 다 놓쳐버린 작품이라는 것은 내내 아쉽다.

 30대 여성의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어야 하는 드라마인데, 아쉽게도 뭉툭하다.

조금 더 다듬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잔뜩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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