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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도동 앤드류 Nov 28. 2024

'희망고문'이라는 슬픈 단어

젊은 날의 시련들

내 20대를 짧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희망고문'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과 달리,

학창 시절 한눈팔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원 없이 공부하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장, 그리고 입학하는 대학교의 이름이

새롭게 라벨링 되면서, 과잠바와 함께,

10대 동안의 성취를 온몸을 휘감는다.

상위 한자리 퍼센트에 속한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정신적 혜택.


나는 아쉬웠다. 평범한 성적의 아이들은 나름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에 입학하여 20살의 자유를 원 없이 만끽했지만, 나 스스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렇게 재수를 했고, 군대를 다녀와서 수능을 한 번 더 치렀다. 그러나 아쉽게도 처음 본 수능의 성적이 가장 나았던 것은 우연이 아닐 듯싶다. 뭔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면 그 벽을 뛰어넘지 못할 보이지 않는 허들이 있던 것 같다.


그렇게 보낸 몇 년과

취업준비로 보낸 2년,

군대 2년,


떠올리기만 해도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봄날 버드나무 같은 내 20대는 벚꽃 떨어지듯 눈 깜짝할 새 흘러갔다.


남보다 더 뛰어난 능력, 더 나은 성과, 능력을 보유하고 싶었고 예쁘고 멋진 이성과 즐겁고 신나는 순간들을 보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어영부영 아등바등 살다 보니 그렇게 20대는 지나갔다.


- 운명에 여인을 만나 황홀한 사랑의 경험을 하지도,

- 남부러워할 직업과 직장을 가진 것도 아닌,


20살 나와 29살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건강한 몸뚱이 하나만 가진 평범한 사내 녀석이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찬란한 20대 인생의 봄날이 활짝 피어날 것이라는 희망의 꽃잎들은 모두 떨어지고 늦가을 비 온 뒤 느껴지는 쌩한 찬바람 같은 날씨에 한껏 움츠러 들었다.


나도 노력하면 잘되겠지

나도 잘하면 부자 되겠지

나도 운 좋으면 멋진 이성과 낭만을 즐기겠지


이런 희망은 고문이 되어버렸다.


영어에도 이런 단어가 있을까? 한글에만 이 단어가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이 단어의 뜻과 감정을 아는 것일까? 언어가 있기에 뜻과 감정이 있다는데, 사실일까?


당신의 20대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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