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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이 언니 Mar 01. 2020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더 친해졌습니다 feat.딸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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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당연히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생기고

저절로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1일.


딸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며 들었던 생각은

친정집에 있던 10년 기른

우리 집 강아지,  별이가 보고 싶다는 것과

잠을 푹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뱃속에서 9개월을 키워내고

내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온 딸아이지만,

자식은 또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천천히

가까워졌다.


처음부터 나를 온 우주요,

본인과 동일시한 딸내미에게는

아주 미안한 일이지만,

내게는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나,

일을 하는 엄마로

12개월은 육아휴직을 마치고는

매일매일 9시에서 6시까지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내게는

야속하게도 딸아이와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코로나 여파로

저번 주부터 주말 내내 집콕을 하는 동안

답답함을 느끼긴 하지만,

딸내미와 살을 부대끼며

함께할 수 있는

빈틈없는 시간들이 생겨서

한편으로는 참 감사하다.


너를 낳아놓고도

늘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도망치기 바빴던 이기적인 엄마인데.

하루 종일 너와 함께 있으니,

내가 느꼈던 그 두려움은

실체 없는 두려움이 아니었나 싶다.


너는 내가 특별히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그저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라는 사람에게서 안정감을 느낀다.


딸아이는 내 딴에는 인심 쓰듯 사준

그 비싼 장난감들은 쳐다도 보지 않고,

색종이를 손으로 찢어

던지는 놀이를 훨씬 좋아했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깔깔 거리며

내 머리 위로 색종이를 던지는 모습에

나도 같이 웃음이 나고 만다.  


그 웃음이 가득한 시간은

딸내미와 나,

우리 둘만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

그렇기에 내게는

마음속 사진기로 찰-칵

찍어 오래오래 간직하고픈

소중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조금 더 친해졌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네가

내게서 멀어지거나,

우리가 친해지지 못할 순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엄마는 멀어진 만큼

조금씩 또 너랑 친해지리라,

노력해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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