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변 사람을 살갑게 잘 챙기는 편이다.
특히 몸이 아픈 사람들을 소소하게 잘 챙기는데,
회사에서 감기에 걸린 동료가 있으면 따뜻한 차를 건네기도 하고,
기침을 하는 팀장님에게는 목캔디를 드리기도 한다.
어느 날은 늦게까지 술을 마셔 출근하자마자 숙취로 고생하는 파트장님을 보다가,
내 머리도 같이 아파지는 것 같아 바쁜 와중에도 지하 편의점까지 가서 숙취해소 음료를 사 왔을 정도.
이런 행동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맘이 쓰여서,
안쓰런 맘에 하는 행동이다.
어찌 보면 그렇게 해야만 내 속이 편한 ㅡ
오지랖 넓은 아줌마인 거다.
그런데 회사에서 봤을 때에는
참 따뜻해 보였던 나란 사람은
집에서 함께 사는
남편의 기침 소리에는 참 차갑다.
남편은 원래부터 기관지가 좋지 않다.
환절기가 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천식처럼 밤에 기침이 심해지는데, 이번 기침은 약을 먹고 있음에도 잘 떨어지지 않아 며칠을 고생을 하고 있다. (열은 없는 것으로 보아 코로나는 아니라고 병원에서도 말했다.)
나는 몸이 좋지 않은 남편에게 ㅡ
은행이며, 배즙이며 기관지에 좋은 것들을 매일 챙겨주고 있는데 영 차도가 보이지 않아 속이 상한다.
그래서일까.
난 남편의 기침소리가 싫다.
그 소리는 나라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부족한 아내라서, 남편을 잘 챙기지 못해서 그가 아프다는 지독한 죄책감.
남편은... 내가 그저 호의를 베풀듯 기쁜 마음으로 챙겨주면 끝나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의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책임을 함께 느껴야 하는 너무 가까운 상대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성실하게 하고 있음에도 남편의 기침이 좋아지지 않을 때는
기운이 빠져버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이 시국에 자기 몸하나 못 챙긴다고 남편을 원망하고 있지는 않는가. 기침이 심하면 물이라도 떠서 스스로 마시면 좋으련만 왜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저 사람은 자기 몸 하나 챙기지를 못하냐며 짜증이 난 것은 아니냐고.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연애시절, 여름에는 겨울에 입는 코르덴 바지를 입고 나타나서는 덥다고 땀을 뻘뻘 흘렸고,
겨울에는 소재가 얇고 차가워 한여름에나 덮을 법한 아사 이불을 덮고 잤다.
그래서 계절에 맞추어 옷을 사 입혔고, 따뜻한 기모 이불을 선물해주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그렇게 챙겨주는 것이 진심으로 기뻤다.
지금도 출근길에 얼굴에 로션을 바르지 않는 남편을 붙잡고는 늘 직접 로션까지 발라주고 있으니.
이제, 이 사람을 챙기는 일은 내 몸에 베인 습관이 아닐까...
남편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그를 더 좋아했다.
그런데 그의 기침소리가 싫어졌다니 ㅡ
이건 내가 반칙이라고.
내가 나쁜 거 아니냐고.
스르르 죄책감이 들면서
그러니 제발 아프지 좀 말라는
생각이 드는 새벽이다.
오늘도 내 근심과는 별개로
남편은 코를 골고 잘만 잔다.
나는 남편의 기침 소리는 참 싫지만,
코고는 소리는 참 좋다.
마음이 편해진다.
내 모든 고민을 다 무력화시키는
저 소리.
네 죄책감따위 난 몰라 ㅡ하는 저 소리.
하...
나도 다시 잠을 청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