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결이 언니 Mar 09. 2020

우리 회사에도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재택근무 2주 차.


뉴스를 보니,

확진자 증가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마음을 놓을 새도 없이

오늘 우리 회사에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룹웨어 메신저로

긴급 공지 쪽지가 전송되고

그 내용 그대로

몇 분 뒤 인터넷 기사가 뜹니다.


또 그 사이,

질병관리본부에서 방문하여

건물 전체 방역을 완료하였고-

방역을 완료했기 때문에

정상 출근을 해도

무방하다는 공지가 전달됩니다.


팀 전체 카톡방에서는

용기 있는 팀원이

최소 다음 주까지는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ㅡ

어느새 많은 말들에 묻혀

참 소신 있는 그 말은

사라져 버립니다.


미처,

힘을 보탤 시간도 없이.


우리 회사에도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기간에 확진자가 나왔다며

다들 다행이라고 합니다.

정말... 다행입니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다른 팀 사람이지만

같은 회사의 동료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건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누군가가 아픈 일이

내 일이 아니라고

감히 다행일 수는 없습니다.

불행입니다.


오늘 나는

코로나 19 확진자들이 입원해있다는

병원을 지나,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회사 건물을 지나,

달리기 하기 좋은 공원으로 나왔습니다.


몇 날 며칠을 집에만

숨죽여 있다가

참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내게는 꽤 용기 있는 일이었으나

이미 공원에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지금도 공원 바로 옆으로는

사이렌 소리를 내며

구급차가 지나가고

병원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걷고

또 걷습니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듯 ㅡ

씩씩하게 뛰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서

숨이 차게 달려봅니다.

많은 생각이 교차니다.


이 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사이에 존재하는

밤 공원입니다.


부디,

그 경계에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ㅡ

기도하는 3월의 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늦어서 죄송하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