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이 좋다고 떠날 생각 전혀 없다고 얘기를 해도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그래서 다음은 어느 나라로 갈 거냐는 질문이다. 어느 동네도 아니고 어느 도시도 아닌 나라를 묻는 건 왜일까.
기념일 챙기는 건 아니지만 어제가 2년 전 코로나 한복판 속에서 땀 차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화장실 한번 안 가고 긴장 속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고 그 뒤로는 2년 동안 공항 근처도 못 가봤다. 나름 2주년 포스팅이라고 해두자.
나를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나 혹은 내 이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요즘 들어 부쩍 저 질문들을 많이 한다. 이제 하늘길도 풀리고 있으니 그래서 어디로 갈 거냐고! 나 안 떠난다고!! 한국이 좋다고! 서울에 발붙이고 일도 하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한국에서 야금야금 할 방법들 찾고 있는데 왜 자꾸 안 나가냐고 묻지 말길:)
가끔 생각은 해본다. 다시 해외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느 나라가 좋을까?
공손한 답변으로는 만~~ 약에 해외로 다시 나간다면 우리나라보다 좀 더 경제 선진국으로 가고 싶어요. 동남아는 더 이상 선택지에 두고 싶지 않아요라고 몇 번 답한 적 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함께 나온다. 거기 물가도 싸고 한국인이면 일자리도 많고 놀러 다니기도 좋고 좋은데 왜 그러니?
(순전히 개인적인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점은 고려)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면 한국인이라는 국적이 가장 큰 메리트가 되는 그런 일 보다는 나의 캐파가/콘텐츠가 더 우선시되는 일을 해야 길게 뻗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무질서/복잡함/매연은 내 수명 연장을 위해서(?) 그만 만나고 싶다!
친한 지인들에게는 만약 이제 진짜 다시 나가면... 이민까지 생각하고 떠나야지 한두해 경험 삼아 떠나기에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타이밍이 아닐까라고 말하며 나는 한국에 잘 정착하고 살 거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외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졌지만 대신에 오랜만에 한국어로만 여러 세대와 일하는 것도 소통방식의 차이 때문에 적응기간이 꽤 필요하긴 했고 간만의 서울 생활도 속도와 환경에 아직도 적응 중. But 거의 매달 한 번씩 본가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도 하나씩 해보려고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코로나 양성일 때 내가 받은 의료체계 서포트도 참 감사하고 편안한 인프라와 잊고 살았던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 안정감 등등. 이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포인트들의 감사함을 되뇌며 함부로 뜰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아 물론 외국 생활이 주는 그 생생한 자극이 가끔 그리울 때는 있다.
아무튼 잘 적응하면서 살 거니깐 어디 갈 거냐는 질문보다는 어디로 여행 가고 싶냐고로 질문을 바꿔준다면 발리 우붓에 가서 자연 속에서 명상하거나 영국 런던으로 가서 프리미어리그 축구 직관 아니면... 7년 전 휴가 때 잠시 머물며 멍하게 바라만 봐도 딴 세상 같았던 미얀마 바간으로 가서 열기구 타고 둘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