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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Sep 23. 2020

해외에서 얻은 것

열등감에 대하여

적어도 1년은 한국 페이스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비슷한 시기에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지인과 초반에 얘기 나눴던 게 6개월이 다돼가는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하다. 그냥 스며들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나. 매일마다 새로운 문제에 맨땅에 헤딩하듯 수업을 이어가는 것 외에도 참 다양한 모습의 한국을 새삼 알아가는 중.


다이내믹했다는 표현 만으로는 그 시간들의 기억을 묻어 두기에는 아까운 터, 

개인적인 경험으로 느꼈던 이야기들을 떠오를 때마다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록해 본다.


https://youtu.be/1CDa8sCiwNs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끈 김누리 교수의 차이나는 클라스와 세바시 강연,

나는 왜 이 강연을 보며 해외에서의 시간을 떠올렸을까.


한국 100년의 교육의 역사를 '반교육'의 역사라 표현하며 '열등감'이란 것을 다룬다.

'열등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게 교육의 기본 이념으로 두는 독일의 사례를 자세하게 소개하는데 나 또한 성적으로 줄 세우는 기성 교육의 연장선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행복한 기억은 없지만. 적어도 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특히 해외에서 더 심각하게 와 닿았다.


이직 텀마다 한국으로의 컴백을 매번 생각했던 건, 세상의 판도는 이리 정신없이 바뀌는데 쌍팔년도 더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 시간이 많았던 것. 외국이라도 나라별로 또 하는 일에 따라 아마 다를 것 같지만 동남아 특수성이 또 한몫했던 것 같다. 애써 한국인보다 현지인과의 접점을 더 늘리려고 했던 것도 그 이유.


한국에서만 직장생활을 계속했다면, 비슷한 연배의 또 비슷한 학교생활을 보낸 사람들과의 교류가 대부분이었겠지. 해외, 한국 교민 그리고 한국 기업이 절대적으로 많은 지역이라는 특수성에 일로서도 20대부터 60대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점이라면 이젠 어느 연령대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But 그 '열등감'이라는 것이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세대별, 전 연령대, 자기만의 상황에서는 항상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했다. 나 또한 그렇게 돼버릴까 봐 항상 마음에 새겨두며 혹시나 은연중에 비슷하게 닮아갈까 봐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다시 한번 되새긴다.



나는 당신이 40년 전에 어떤 고등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떤 대학교를 나오고 무슨 전공을 했는지 안 궁금하다고!!!


대화할 때마다 출신학교를 꼭 끄집어내면서 그 시절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 정도 학교 나온 자신의 말이 옳다는 식으로 대화를 끌어간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소위 정말 구시대적인 대학평가 순위로 따졌을 때 자신보다 낮은 학교 출신이면 무시하는 투, 높은 학교라면 괜한 열등감에 또 다른 걸로 지적. 한두 명이 아니다. 매번 듣고 흘렸지만 어찌 보면 뭔가 패배의식이 느껴지는 듯한 그 말들.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나는 그리 공부를 잘했는데 어쩌다 이 멀리 타국까지 와서 고생하고 있는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 본데 저런 식으로 표현한 건가. 


적어도 4 대문 안에 있는 대학교는 나와야 우리 회사 지원 자격이 있지?? 

 

아직도 그 수많은 미팅 중 기억에 선명한 채용 요건 중 하나. 4 대문... 뭔 말인가 나중에 찾아봤다. 조선시대 한양 시절의 4대문 기준인 건가....ㅎㅎ 베트남인들 상대하면서 현지 문제 해결 능력 및 무엇보다도 언어와 현지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에 4대문이라니. 외국계 기업 상대할 때는 듣도 보도 못한 요구다. 오만 사람들을 다 만나면서 절대 네버 학교 타이틀이 그 사람의 캐파를 결정짓지는 못하는데. 그래서 세상 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베트남인 20-30대들 한테서 오히려 더 자극받으며 공부가 되었던 듯. 


가장 경계했던 건,


야,야 혹은 엠어이~ 커피 좀 타 와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베트남인들을 하대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일상에서 쉽게 보며, 특히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단 20대가 족히 스무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베트남 직원에게 커피 타 달라는 말을 일상으로 달고 다니는 걸 보며. 


아 환경이 참 무섭구나. 한국에서의 노동환경 개선의 그 노력이 여기선 정반대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구나.


가르쳐야 하는 상대로 대하는 그런 말투들을 곁에서 무의식적으로 듣다가 혹시나 우리 동료들한테 쏘아 붙이듯 말을 하는 건 아닐까 경계했었다. 꼭 한국-> 베트남 사람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정말 갓 졸업한 혹은 졸업반 한국인 20대 여성을 정말 커피 타는 역할로 한정해서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봤으니. 손님 접대는 여자가 해야 한다, 여자가 전화해야 더 잘 받는다는 둥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들. 한국이었으면 진즉에 어디 고발당했을만한 케이스들 천지다.


어찌 보면 낀 세대의 나이가 되었는데 극단적인 사례들을 많이 접하면서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 할까, 어떻게 20대들과도 소통하면서 동기부여도 줄 수 있을까 나름 고민의 시간이면서 인생공부의 시간이었으니 앞으로의 삶에 자양분이 되리라.


유튜브와 코세라로 공부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시대인데, 40년 전 다닌 학교가 무슨 상관이며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생활화한 10-20대들과는 더더욱 말이 안 통할터.



https://youtu.be/5UaJywOO6Mk


영상 도입부에 언급되는 이탈리아 철학자 베라르디가 본 한국 사회 특징,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 가속화



이렇게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잔뜩 써놨지만 적어도 일하면서 베트남에 있는 일본인들을 곁에서 지켜 보면서 비교했을 때, 민첩하고 유연한 사고와 뭐든 흡수를 잘하는 한국인들의 역동성을 외국에서 실감한건 덧붙이고 싶다. 다음 글은 좀더 긍정적인 소재들을 끌어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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