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 시대, 지방러의 선택은
내가 자라온 고향인 포항을 떠나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게 15년 전.
졸업 후 서울에서의 직장생활까지 서울생활은 8년
나머지 7년은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보내다가 다시 올해 돌아왔으니
얼추 고향에서 보낸 시간만큼 외지에서 보냈다.
왜 서울로 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그런 고민은 한 적이 없었다. 다 가니깐. 내가 나온 고등학교에서는(전국적 유명세를 조금 탄 학교)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게 당연했고 SKY 대학교 정문 사진을 붙여놓고 학창 시절을 보냈으니 지방에서 자란 내가 왜 서울이 아니면 안 되었는지 그 누구도 딴지 걸거나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 물론 졸업 후도 마찬가지.
일자리도 부족하고, 보수적인 동네,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간 소도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건 무엇보다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던 나.
최근 몇 년간 'Job'을 일로 다루면서,
또 세상 복잡한 호치민 시내에서 가장 번잡한 1군에서 회사 생활 및 거주를 하며 내가 정말로 원했던 시간은 조용히 사색하면서 지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회 및 장소였다.
잠시 멈춘 요즘,
일찍이 전원으로 이사한 부모님 덕분에 주말마다 고즈넉한 농촌 한가운데 자리 잡은 집 마당에서 맑은 공기 들이마시며 녹색으로 가득 찬 사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선선해졌으니 우리 집 강아지랑도 산책 나가고, 자전거 타고 논밭길 도는 것도. 조용한 마을.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자연이 좋아졌다.
꼭 다시 서울을 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제야 해본다. 돌이켜 보면 팍팍하고 피 튀기는 전쟁터였는데. 물론 원래 집이 서울이었다면야 이런 생각조차 안 했을 테지만 연고가 없으니 위치도 중요하다.
사실, 근 20년을 포항에서 보냈다만 제대로 포항을 누벼본 기억이 없다. 고로 내 고향이지만 잘 모른다. 잠깐씩 와서 며칠씩 머문 게 전부니 그새 많이 바뀌고 또 살만해졌다.
김미경 강사의 리부트 위너 노트도 책과 함께 구매해서 생각날 때마다 끄적여 보고 있는데,
나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를 내 코어 콘텐츠를 정리하며 쓰게끔 한다.
판이 바뀐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인데 더군다나 데이터의 세상으로 발을 들여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꼭 서울을 가야만 하나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오라는 답이 일단 나왔다.
리부트 공식 4가지 중(On-tact, Digital Transformation, Independent Worker, Safety) 적어도 최소 1년은 Safety 측면에서 서울은 두려운 곳이다. 세상사 모르는 일이니 단언할 순 없지만 일단 지금은 좋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는 우리 집에서 또 고향에서 다음 기회를 모색해 본다.
이제 어떻게 공부하고 또 어찌 커리어를, 성장을 해야 할지 감은 잡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영혼 털림을 거쳐오면서 단단해졌는지 남들의 시선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으니. 해외생활에서 얻어온 것 하나는 비교하지 않는 것 (아니 덜 하는 것). 지방에서 뉴스를 통해 듣는 억억대는 서울 부동산 소식은 정말 딴 세상 달나라 얘기다.
언택트, 온택트 시대
특히 데이터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남들보다 더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기술 소식들, 업계가 바뀌는걸 몇 달 동안 보고 있는데 비싼 서울 주거비와 생활비를 커버하면서 사는 게 과연 가성비가 나올까를 따지게 된다.
남들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곳에서 일도 해봤지만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기에. 내 기술과, 코어 한 나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고로 내실을 키워야.
목표하는 업계에 발 들여 커리어 대전환의 전환점으로 만들고 공부하며 실력으로 성장하기
그동안 배우고 싶었는데 미뤘던 취미생활로 여유 찾기
도서관을 매주 들락거리며 동남아에서 억눌러왔던 지적 욕구를 무한대로 채우며 사색하기
좋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며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기
판이 바뀔 때,
서울-수도권 집중에서 전국 어디든 좋은 기회와 자극이 넘치는 사회로 변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