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동의 떨림과 삶의 빛

에세이 - 소음과 손길이 만들어낸 가장 깊은 자리에서

by 서히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무 징표도 남기지 않는 작은 노동 속을 지나갑니다.


설거지의 미지근한 물결,
바닥의 먼지를 한 움큼 쓸어 모으는 손,
잠든 아이의 몸을 눕히며 조용히 내쉬는 숨,
흩어진 마음을 한 번 더 붙잡기 위해
천천히 가다듬는 호흡.


이런 일들은
너무 익숙해서,
너무 오래되어서,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취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소해 보이는 움직임 속에서

언제나 작게 떨리는 생명의 리듬을 느껴왔습니다.


작은 노동은 늘 조용한 소음을 동반합니다.
바닥과 걸레가 스치는 소리,
부스러지듯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마음의 움직임,
누군가를 부르고 대답하는 짧은 목소리들.


그 미세한 소음은
삶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제 안에서 오래 울립니다.


반복되는 손길은 왜 늘 새롭게 느껴질까

매일 반복되는 일들은
언뜻 보면 같은 동작 같지만
실은 매 순간 조금씩 다릅니다.


오늘의 마음,
지금의 체온,
어제보다 무거운 생각.
그 모든 것이 반복의 결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래서 작은 노동은
늘 새롭게 탄생하는 일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은 존재를 조용히 떠받칩니다.


삶이 깊어지는 방식도
그 리듬과 닮아 있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동안
우리의 내면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쌓여
결국 하나의 세계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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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히(徐熙). 끝난 줄 알았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을 기록하는 예술가. The Residue Collector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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