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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ul 01. 2024

꽃들은 시간을 나눠서 핀다

이른 아침, 새벽 산책 길엔 치자, 나리, 도라지가 한창이다.

아직도 금계국은 군데군데 솟아오르고 개망초도 요리조리  제 몸 사려가며 활짝 피었다.

백합이 큰 키와 얼굴을 자랑하며 꽃대를 올리고, 벌개미취 보라가

인사하기 시작한다.

패랭이가 아직도 피어 있는 좌광천을 따라 엊그제 반대편 길에 피어 있던 수국과 참취꽃을 떠올린다.

꽃도 계절 따라 피고 지고, 번갈아 핀다.

어느 한 때 찬란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꽃들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꽃들에게 자리를 내주느라 흙빛으로 마르다 흙으로 돌아간다.


길에 나와 있는 어린 냥이들도 짧은 생으로 왔다가 사라진다.

그래서인지 몸이 부어있는 고양이를 제외하고 아주 큰 고양이들의

모습은 자주 보지 못한다.

생과 사!

떠나는 이들은 정말 생각 없이 가는지도 모른다.

남은 자들의 슬픔과 아쉬움이 죽음에 의미를 부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날을 세어가고 끌어가며 보았던 디즈니의 '삼식이 삼촌'

날을 몰아가며 보았던 넷플릭스의 '돌풍'을 어제까지 다 보았다.


삼식이 삼촌과 돌풍의 중간 지점에 청춘을 보냈던 나는

삼식이 삼촌에 더 오래 머물렀다.

세끼가 힘들었던 시간의 고통이 인간이기에 더욱 크게 느껴졌다.

돌풍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산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한다.

옳은 삶은 참으로 어렵다.

그 옳음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버리게 된다.

반면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또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버리게 된다.


바르게만 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자각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대중으로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갖고 있는 상식적인 생각들을

조금은 생각하는 위정자들이 되었으면 한다.

무언가 갖고 얻게 되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2024. 7.1 첫날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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