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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시간
by
김비주
Jun 30. 2024
초록 나무들은 열매를 달지 대추, 매실, 보리수 등
오고 가는 산책길에 해마다 풍성하게
열매를 드리웠지만 나에겐 그저
초록의 멋진 나무였지
해가 갈수록 무성한 잎들이 무성하기 전 열매를
다는 산책길 나무가 보이는 건,
관심을 조금 더 실었던 거지
비 쏟아지던 밤 좀마삭줄이 답답했던지 온몸에 수분을
빼버리고 나를 놀라게 한 아침, 싱싱한 잎들이 말라버렸지 부랴부랴 물을 주었더니 외출하고 돌아온 나에게 이제 좀 괜찮아요라고 온몸을 보여주었지
흰 안개꽃 꽃을 피우더니 그림 같은 모습은 잠시, 말라가고 있었지 받침대를 바꾸어 물에 흠뻑 적시게 했더니 오르는 실가지에 작은 흰꽃을 피워냈지
잠시라도 소홀해진 순간, 제 빛깔을 잃어버리는 집안의 화분들 아침마다 살피다 문득 생각했지
한창
바쁘고 일을 할 때는 작은 겁박을 했지 소홀하더라도 죽지 마 열심히 살아야 돼 우리 함께 살자
열심히 살아서 시간 흐르고, 모두 산다고 제 몸 부숴가며
살았던 이야기 꺼내는 그대들
전통 찻집에 앉아서 아이 낳던 일을 이야기하며
깔깔거리다 포개고 포개진 세월을 차 한잔으로 풀어내던 밤,
용감한 전사였어 그대들은
열매를 다는 모든 나무들은 푸른 잎이 너무도 무성해져
열매를 달지 못할까 봐 자신을 감추는 때가 있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온몸을 맞춰가며 수유하던
그 세세한 몸맞춤에서부터 줄기차게 기울이던 관심의 나무들이
늘 시간 속에 서성대는 거지
흐른다는 건 되돌아볼 수 있다는 거
엄마의 시간을 보았지
201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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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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