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비주 Jun 30. 2024

그녀들의 시간



초록 나무들은 열매를 달지 대추, 매실, 보리수 등

오고 가는 산책길에 해마다 풍성하게

열매를 드리웠지만 나에겐 그저

초록의 멋진 나무였지

해가 갈수록 무성한 잎들이 무성하기 전 열매를

다는 산책길 나무가 보이는 건,  

관심을 조금 더 실었던 거지


비 쏟아지던 밤 좀마삭줄이 답답했던지 온몸에 수분을

빼버리고 나를 놀라게 한 아침, 싱싱한 잎들이 말라버렸지 부랴부랴 물을 주었더니 외출하고 돌아온 나에게 이제 좀 괜찮아요라고 온몸을 보여주었지

흰 안개꽃 꽃을 피우더니 그림 같은 모습은 잠시, 말라가고 있었지 받침대를 바꾸어 물에 흠뻑 적시게 했더니 오르는 실가지에 작은 흰꽃을 피워냈지


잠시라도 소홀해진 순간, 제 빛깔을 잃어버리는 집안의 화분들 아침마다 살피다 문득 생각했지

한창 바쁘고 일을 할 때는 작은 겁박을 했지 소홀하더라도 죽지 마 열심히 살아야 돼 우리 함께 살자


열심히 살아서 시간 흐르고, 모두 산다고 제 몸 부숴가며

살았던 이야기 꺼내는 그대들

전통 찻집에 앉아서 아이 낳던 일을 이야기하며

깔깔거리다 포개고 포개진 세월을 차 한잔으로 풀어내던 밤,

용감한 전사였어 그대들은


열매를 다는 모든 나무들은 푸른 잎이 너무도 무성해져

열매를 달지 못할까 봐 자신을 감추는 때가 있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온몸을 맞춰가며 수유하던

그 세세한 몸맞춤에서부터 줄기차게 기울이던 관심의 나무들이

늘 시간 속에 서성대는 거지

흐른다는 건 되돌아볼 수 있다는 거

엄마의 시간을 보았지


2019. 6. 9

작가의 이전글 아직도 밥을 걱정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