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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Dec 11. 2022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돌아갈 곳을 바라보는 시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지난 12월 8일 목요일 의료보험공단에서 부모님 두 분 모두 등록했다. 상담하시는 분이 아버님과 어머님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중환자실에서 생명연장을 위해 각종 기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신적 있으신가 묻는다. 치료는 하는데 인위적인 기계에 의한 생명연장은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인간은 100세를 삶과 죽음의 경계선으로 정하고 있다. 100세를 넘어 생존한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어떻게 살기에 100세를 넘도록 살 수 있을까 궁금해하고 본받을만한 점은 없는지 알기 위해 연구한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스스로 호흡하고 심장이 뛰고 있음을 의미한다. 심장은 뛰지만 기계로 숨을 불어넣고 뇌에서 반응하지 않으면 뇌사판정을 한다. 사실상 뇌가 기능을 하지 않으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없다. 뇌와 신체 각 기관들의 연락망이 끊기면 단지 몸뚱이일 뿐이다. 발가락 손가락 끝까지 혈액이 흘러야 하고 감각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느끼는 것은 인지한다고 뇌가 살아있다고 생명있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의미가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지 최근 들어 의문스럽다. 그저 숨 쉬고 심장이 뛰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나. 치매 증상을 보이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데도 생명력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가 될 수 있나. 혼자 걷지도 못하고 스스로 옷을 갈아입지 못하는데 과연 살아있다 할 수 있나.


  난 살아있을 때 죽고 싶다. 살아있는 인간일 때 죽음의 사신을 만나고 싶다. 두발로 걸을 수 있을 때 오던 곳으로 다시 가고 싶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알아챌 수 있을 때 삶의 끈을 놓고 싶다. 티끌 같은 존재였다가 먼지가 되어 바람의 존재로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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