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0밖에 차이가 안나냐고!
저에게는 2017년부터 지켜온 제 자신과의 약속이 있습니다.
1년에 적어도 한번은 하프마라톤을 뛴다는 것.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서 혈혈단신으로 미국땅에서 지내면서
'최소한'의 건강은 지키자는 마음으로한 결심인데요,
작년에 우천+번개로 취소가 된 적을 제외하고는
2017년과 2019년 봄에 동네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을 한번씩 뛰었습니다.
(겨우겨우 완주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흑.)
그리고 올해 여름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미국에는 워낙 조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리 작은 동네에 가도 일년에 몇번은 마라톤이 열리는데요,
역시나, 제가 이사를 온 동네가 깡시골임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X검색을 해보니.. 있었습니다. 마라톤대회가.
(사실 마음속으로는 대회가 없기를 바랬습니다.
저는.. 사실.. 달리기..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달릴때마다, 아니, 슬렁슬렁 걷뛰 (걷기+뛰기)를 함에도 숨이 곧 넘어갈 듯한 느낌.
평범하고 게으른 종족인 저에게는
그리 기쁨을 주지는 않더라고요.)
아뿔싸.
"우리 동네에는 마라톤이 없어서 2020년에는 못뛸것같아~ 아~ 아쉬워라~ 후후후후"
라는 핑계는 물건너 갔습니다.
알고보니 나름 큰 규모로 열리는 대회가 동네에서 매년 열렸고,
이 대회에서의 기록이 보스턴마라톤 참가 Qualifying Time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악하게도 보스턴 마라톤은 돈만 내면 다 참가 가능한게 아닌, 본인의 '기록'이 대회 '기준'에 맞아야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참. 돈 낸다고 해도 참가를 못하는 그런 대회도 있다니.)
달리기 코스도 호숫가를 따라서 쭉 펼쳐져 있어서 경치도 아름답다고 하고요.
게다가 언덕! 도 거의 없는 평.지.코.스!
자연덕후인 저로서는..
이건 정말.. 참가하지 않을수가 없는..
게다가 평지코스라니!
' 그래.. 이건 나를 히키코모리, 혹은 couch potato, 혹은 성인병환자로 만들지 않기위한 신의 계획인게야.. '
내년 6월에 열리는 대회인데,
인기가 많은(?!) 대회라 올해 10월부터 등록이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리미리 대회 참가비를 살펴보니,
하프는 $100.
풀코스는 $110.
...비싸더군요.
그리고..
아...
신이시여..
어찌하여 참가비가 $10밖에 차이가 안납니까?
제 버킷리스트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있는 것을 알고서
이런 장난을 치신 것입니까?
아니.. 그리고.. 인간적으로
풀코스 등록비가 $110이면, 하프는 '반절'만 뛰는거니까 $55 여야 하는거 아닙니까?
정말 이 등록비를 알고서 한달이 넘게 고민을 했습니다.
' $10만 더 내면 풀코스를 등록할 수 있는데 .. '
' 42.195km.. 이거를 어떻게 다 뛰지? 하프도 정말 피똥싸면서 (걷)뛰었는데.. '
' 풀코스 뛰려면.. 아.. 살 안빼고 그냥 뛰면 무릎 다 나갈텐데.. '
' 아.. 풀코스 등록하면.. 정말 계획적으로 훈련해야할텐데.. 아으... '
결국..
제 안에 숨죽여 살고 있던 버킷신과 자본주의신이 이겼습니다.
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110을 결제했습니다.
기왕 $10밖에 차이 안나는거,
아직 대회까지 8개월이 남아서 훈련도 벼락치기로 하지 않아도 되니
이거는 버킷리스트도 하나 이루고,
풀코스 뛰었다는 '간지'도 획득하니 (<--- 어쩌면 이 '간지'가 제가 풀코스 등록이라는 무자비한 결정을 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솔직히 풀코스 뛴 사람의 수가 전 인류의 몇%나 되겠습니까? 일단 죽을힘으로 뛰고나면 제가 그 극소수의 사람들 중 한명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간지납니까? 찾아보니 미국의 경우는 미국시민의 0.5%정도만이 풀코스를 뛴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일석이조!
(물론, 꾸준히 훈련을 한다는 전제하가 되겠죠.)
우선은 운동을 규칙적으로하는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다섯번은 무조건 적어도 30분 유산소 운동을 하기.
이게 저의 훈련의 시작입니다.
(물론.. 저 '30분'이라는 시간은 40, 50, 60.. 나중에는 120분.. 이런식으로 길어지겠죠? 후후.. 벌써부터 너무나 기.대가 되어서 심장이 다 떨리네요.)
8개월이라는,
누군가에게는 짧아 보일수도, 또 다른 이들에게는 길어보일 수도 있는 시간동안
최대한 몸을 만들고, 꾸준히 훈련해서 (<-- 이게 뽀인뜨!)
2020년 6월에 있는 마라톤을 후회없이 뛸 수 있도록!
(부디.. 2020년 6월에도 이런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 담긴 '풀코스 마라톤 후기'를 글로 남길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