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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Jan 01. 2016

Every(No)where - Fabrikr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일상의 수작(手作)>전




작업실을 꿈꿔보신 적 있나요? 꽉 채워진 책으로 종이 향이 가득한 서재, 기름때 묻은 공구가 널브러진 차고, 고운 색실과 천으로 둘러싸인 작업대. 어떤 로망을 가져보셨는지요.

ⓒ poteet architects, lp

카페인가 할 정도로 커피 향이 진하게 베여 있는 컨테이너 작업실. 저는 그곳에서 수제 노트 만드는 낭만을 품고 있습니다. 오손도손 여럿이 노트도 만들고, 속 시끄러운 친구가 편히 쉬었다 가기도 하고, 때로는 밖이 훤히 보이는 창가에서 혼자 사색에 젖기도 하고.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작업실. 오직 나만의 감성으로 채울 수 있기에 욕심나는 공간입니다. 하물며, 작품을 만드는 작가에겐 애정 어린 공간, 그 이상일 거예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일상의 수작(手作) Making Life> 전이 한창인데요. 여기에 전시된 특별한 작업실을 소개할게요.




ⓒ Fabrikr

패브리커. 들어보신 적 있나요? 뉴요커New Yorker가 익숙하다면 조금은 친숙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패브리커’에서 을 의미하는 패브릭Fabric을 떠올려 볼 수 있는데요. 천을 이용해 폐가구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가구 디자인 듀오입니다.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에서 설치•공간미술까지 폭넓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fabric, broken chair, epoxy 600x600x850(mm) 2010 ⓒ Fabrikr

지난여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가수 지드래곤G.dragon과 다양한 분야 작가들의 협업으로 PEACE MINUS ONE 전이 열렸습니다. 여러 가지로 굉장히 이슈였는데요. 그때 지드래곤과 함께 만든 공간을 전시하기도 했지요.

<(NON)FICTION MUSEUM> Fabrikr x G.dragon 2015 ⓒ Fabrikr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특별한 공간인 패브리커만의 작업실을 선보였습니다.



Every(No)where

Fabrikr

Every(No)where ⓒ Clayarch Gimhae Museum
Every(No)where ⓒ Clayarch Gimhae Museum
Every(No)where ⓒ Clayarch Gimhae Museum

작업실이라고 하면 흔히 ‘건물 속 어떤 방’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그런 방 안에서 작가가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 한적한 카페, 몸을 뉘인 침대, 화장실, 꿈속까지, 손으로 무언가 만들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나 작품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을 수 있지요. 작가가 두 발로 서 있는 어느 곳이든 작업실이 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머릿속이나 마음속은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죠.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에 없는 곳입니다. 패브리커에게 의미하는 작업실은 바로 그곳, Every(No)where 입니다.

Every(No)where ⓒ Clayarch Gimhae Museum

정글짐 같은 작품 속을 잘 들여다보면, 한가운데에 책상이 보입니다. 패브리커가 쓰던 것이죠. 계속 생각하고 작업했던 책상을 여기에 둔 것은 작가, 특히 패브리커는 작업실을 어느 한 곳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의미에 덧붙이면 작품이 놓여있는 미술관의 돔 하우스도 작가의 작업실이었던 셈이겠죠?

Every(No)where ⓒ Clayarch Gimhae Museum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작업실. 왜 작업실을 붉은색 파이프가 끝없이 지나가는 모습으로 만들었을까요?

‘3차원’, ‘공간’을 나타낼 때 세로축과 가로축이 있는 좌표공간을 사용하는데요. 이 작품은 공간을 표현하는 세로축과 가로축을 계속해서 이어 작업실이 ‘건물 속 방’을 너머 작가가 있는 곳 어디라도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업 공간이 무한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Every(No)where

붉은 파이프를 둘러싼 벽에는 이 보입니다. 그동안 패브리커가 거쳐 온 작업실의 문이에요. 문을 통해 자신들의 실제 작업실에 가기도 하고 작업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로 가기도 하고. 작업 공간을 넓히는 문인 셈이지요.


작가 노트 中

'공간(空間)'이란 본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뜻한다. 이곳은 비어있기에 무엇으로든 채워질 수 있으며, 또한 그 자체로 무엇이 될 수도 있다.

패브리커의 작업실을 감상하고 나니, 저만의 작업 공간은 길과 버스라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의 꼬리를 물며 길을 걸을 때 그리고 버스에 몸을 맡긴 채로 생각에 잠길 때, 가장 아이디어가 번! 뜩! 하거든요.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제 생각으로 꽉 찬 기분이에요. 여러분의 작업 공간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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