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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Dec 27. 2015

다시 없을 첫 작품

Single Section Binding Note - Basic A

F I R S T

W O R K

첫 작품








처음처럼 떨리고 애틋한 단어가 또 있을까요. 첫사랑, 첫 이별, 첫 만남, 첫 출근. 처음이라서 어렵고 서툴지만, 서툴러서 풋풋한 순간입니다. 다시 없을 시간이기에 소중히 곱씹는 처음이 되지요.

작품을 만드는 내내 느리고 신중한 손길로 작업했지만, 설렘 가득한 처음이었습니다. 부족한 솜씨일지라도 제겐 아주 귀한 첫 작품. 애지중지하며 모셔두고 있어요.



OUTER Hard Cover
Front Grafiche Tassotti - Carta Ginestre (Italy)
Back van Heek textiles - Natuur & Halflinnen 1010 (Netherland)
End paper Doosungpaper - Araragi 91 [Chlorin Free (ECF)] (Korea)

INSIDE 192 pages | Plain | Kraft & Cream

SPINE Cowhide | Single Section Binding

SIZE W 10cm x H 13.5cm




첫 수업은 Basic A 과정 중에서 싱글 섹션 바인딩 노트를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두꺼운 하드커버와 소가죽으로 표지를 만들고 바인딩을 그대로 내보이는 노트에요.


첫 수업에 받은 Gift Set

 

노트 만들 때 필요한 도구들. 선물로 받은 도구 세트는 집에서 복습할 때 유용하게 쓰고 있지요. 공방에는 같은 도구라도 다양한 종류가 갖춰져 있어서 이것저것 사용해 볼 수 있어요.

 


 

 

새로운 노트를 만들 때마다 수업 내용이 정리된 프린트를 받아요. 틈틈이 필기도 하고, 참고도 하고. 프린트를 훑어 보고 나면 재료를 고르죠.


제가 플라워 패턴에 굉장히 열광하는지라 개나리가 한가득 피어있는 이탈리아 수입지를 골랐어요. 봄을 알리는 개나리. 첫 수업, 첫 노트와 잘 어울리는 종이죠? 노란 개나리와 어울릴 녹색 소가죽, 뒤표지로 린넨 느낌의 네덜란드 북클로즈Book cloth, 그리고 표지 안쪽의 면지End paper참나무 질감을 살린 종이를 사용했어요.


종이로 하드 보드지를 커버링할 때는 벽지 바를 때처럼 붓으로 풀칠해서 커버링해요. 찢어지거나 울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또, 종이가 여러 겹인 모서리가 뚱뚱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눌러 주어야 한답니다.


표지 작업이 끝나면 잘 말려두고, 미리 접어둔 속지에 바인딩하기 위한 구멍을 뚫어요. 첫 시간에 배운 바인딩은 바느질처럼 정갈한 바인딩. 구멍 수는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BOOKBINDING 101: FIVE-HOLE PAMPHLET STITCH @designsponge

 

속지 총 8묶음을 바인딩했어요. 처음이지만, 욕심을 내서 다이아몬드 무늬를 만들었지요. 하하! 바인딩할 때는 소가죽에도 전부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실로 함께 엮는답니다. 갈색 실만 바인딩했을 때엔 나비 무늬도 예뻐서 그대로 둘까 고민했지만, 노란 실마저 바인딩하고 나니, 다 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T A S S O T T I

따소띠







표지에 사용한 종이는 따소띠 Tassotti 라는 이탈리아 브랜드 수입지인데요. 따소띠 이야기를 잠시 해볼게요.


Printing house TASSOTTI ⓒ GraficheTassotti


Bassano del Grappa ⓒMuseshare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근처에 동화 같은 도시 바사노 Bassano del Grappa 라는 곳이 있어요. '인쇄소' 하면 서울 을지로를 떠올리는 것처럼, 인쇄소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여기에 무려 200년 1657~1861 동안 명성을 떨쳤던 레몬디니 Remondini 인쇄소가 있었어요. 1957년, 조르지오 따소띠 Giorgio Tassotti가 ‘따소띠’라는 이름으로 레몬디니의 핸드 프린팅의 색감을 고스란히 살려낸 데코 페이퍼로 장인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비에로 마르티니 Alviero Martini와 함께 지오 컬렉션 Geo Collection의 스테이셔너리 라인을 만들기도 한 곳이에요.

 


Alviero Martini - Geo Collection




속지로 크라프트지와 미색지를 섞었어요
바인딩 전, 비즈왁스로 실 보풀을 정리해요. 색감도 살고 탱글탱글 튼튼해지죠
티끌이 섞인 린넨 질감의 네덜란드 북클로즈, 참 감성적인 종이죠?

 

저는 패브릭보다 종이를 더 선호하는데요. 풀칠해서 붙일 때 종이보다 패브릭이 훨씬 어렵기도 하고, 마감도 깔끔하게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에 제약이 있어요. 종이는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도 있고, 종이만의 질감도 좋고. 다만, 더 많은 종이가 수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종이 종류가 많질 않거든요.

 

 

본드로 붙이는 떡제본이 아니라 실로 엮는 바인딩. 속지 곳곳에 자리 잡은 실에 자꾸 눈길이 가고, 만져보게 돼요. 아, 쫙 펼쳐진다는 장점도 있어요. 그리고 종이를 반 접어서 속지를 만들기 때문에 속지 끝이 뾰족뾰족. 재단기로 잘라낼 수도 있는데, 전 수제노트만의 매력이란 생각이 들어서 자르지 않아요.

 


 

싱글 섹션 바인딩 노트 습작 몇 개. 한 권의 노트를 만들고 나면 집에 와서 여러 번 복습해요. 희한하게 한 번 만들어 봤어도 방법을 자꾸 까먹거든요. 그래서 제때 복습 안 하면 완 전 백 지가 돼요.


이 다음 작품은 같은 하드커버로 만든 노트이지만, 바인딩 기법과 구조가 색다른 노트랍니다. 곧 들고 올게요!


사진 롤링페이퍼 / 김미나

 


 

+ 작품이 완성되면 선생님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답니다:) 블로그 포스팅도 함께 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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