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노트 공방
올가을부터 쭉 수제노트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어요. 9월부터 지금까지, 4개월쯤 됐네요. 지금 다니는 공방 선생님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공방 쌤이 애니메이션 아따아따에 나오는 유치원생 단비와 정말 많이 닮았어요. 특히 작품 이야기하며 눈을 빛낼 때의 표정은 단비와 싱크로율 천만프로! 그만큼 이 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분이예요. 제자로서 이런 분을 스승으로 뒀으니 인복이 차고 넘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제본
'수제노트를 만들어 봐야겠다!' 마음 먹은 후, 강의 선택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처음엔 제본술ㅡ책을 엮는 기법Bookbindingㅡ이 주가 되는 수업을 들으려 했었요. 요즘 북바인딩 강의가 이곳 저곳 늘어나는 추세라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답니다. 그래도 북바인딩이란 단어가 조금 낯설죠? 영상을 보시면 감이 오실 거예요.
북바인딩을 할 줄 알면 노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에서야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요. 여하튼 2달 동안 8번의 강의로 북바인딩을 배우고, 무언가 더 배우고 싶으면 지금 다니는 공방엘 가자고 결정했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강의 선택에 더 신중했어요.
그리고 나서 북바인딩 강좌가 열리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9월이 오고 강좌 신청을 하였으나....웬걸! 강좌 시작 몇 일 전에 폐강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은 거여요.
뜨든!
그후 여차 저차 조율 끝에 강좌를 열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개강일에 들뜬 마음으로 5시간의 여정을 거쳐 홍대에 도착! 근데 그날 오기로 한 다른 수강생 분이 잠수를 타버린 거여요.
뜨뜨든!!!
강사 분과 Book Art라는 단어로 심오한 이야기를 아무리 나누고 또 나누어도 안 오더군요. 제 동공은 점점 흔들렸어요........결국, 수업은 폐강 됐지요.
뜨뜨뜨든!!!!!!!!!!
다른 요일에도 강좌가 있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들을 수가 없었어요. 굉장히 슬펐죠. 취미 이상을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라, 앞으로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진 셈이었거든요. 다시 5시간의 여정을 떠나기 전에 지금의 공방에 연락해서 수업 날짜를 잡게 됐답니다.
이번엔 인연이 아니었지만, 북바인딩 수업도 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공방 수업과 성격이 달랐거든요. 노트를 만드는 것보단 제본술을 익히며 Art를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둔 수업이예요. 왜 북바인딩 워크숍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미디어 아트처럼 예술의 장르로서 책을 도구로 삼은 북아트 그리고 북아티스트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어요.
수제 노트
지금 다니는 공방은 롤링페이퍼Rolling Paper라는 곳입니다. 롤링페이퍼 공방은 단계별로 수제노트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초급BasicA/B 과정부터 중급AdvancedA/B, 고급High-levelA 과정까지 오픈했고요. 수업을 들어보니 북바인딩 수업이 폐강된 일이 제겐 천만다행이더군요. 종이, 천, 가죽, 실과 같은 각종 재료, 노트 구조와 바인딩 기법에 관한 이해. 한 권의 노트를 완성하기 위한 노하우를 전부 배울 수 있어요. 제겐 완전 안 성 맞 춤 수업이었어요. "네가 수업 들어야 할 곳은 여기야."하고 신이 알려준 기분이랄까요. 앞서 말했듯이 전 여러 계획을 갖고 시작한 터라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지금의 공방 쌤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꺅 공방 탐나지 않나요. 공방엔 재료가 많아요. 혼자 만들어 보며 연구했다면, 많은 재료와 도구를 어느 세월에 다 접했겠어요. 여러 재료를 전부 눈으로 보고 만지며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노트의 모양이나 각을 잡아주는 북프레스. 원하는 크기로 종이를 자를 수 있는 재단기. 재단기를 직접 써볼 일은 없지만, 전문가용 북프레스는 수업 때마다 사용해요. 하나 장만하기엔 비싸서 집에선 미니 북프레스를 쓰고 있답니다.
새하얀 지류함 안에는 노트를 만들 때 필요한 모든 종이가 들어있어요. 우리나라 종이부터 수입 종이, 국내에 판매 되지 않는 종이, 더 이상 수입되지 않거나 판매되지 않는 종이까지 다양한 종류의 종이로 노트를 만들 수 있어요.
클래스 당 정원은 5명이고요. 1:1로 수업을 진행해요. 쌤이 설명해주는 시간보다 설명을 듣고 작업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가능한 수업 방식이예요. 같은 시간 대에 수강생분들 모두 각자 실력에 따라 진도가 제각각이랍니다.
쌤이 과정마다 수업 샘플을 보여주고 수강생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강생마다 개성이 돋보이는 노트가 탄생한답니다. 저는 이 점이 공방 수업의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방 쌤의 열정이 또다른 장점입니다.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인지 배우는 사람도 함께 열정을 쏟게 돼요. 노트를 만들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기뻐하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얻거든요. 아마 어디서도 얻기 힘든 기운일 거예요.
10월까지 신림역에 있다가 11월부터 불광역으로 공방을 옮겼어요. 바로 위의 사진 두 장은 신림역 공방 사진이에요. 불광역 공방과 분위기가 비슷하죠? 이사하면서 쌤 혼자 전부 청소하고 정리했다는데, 공방을 그대로 들어서 옮겨놓은 듯한 솜씨에 감탄했지 뭐예요! 이사마저도 꼼꼼....
앞으로 롤링페이퍼 공방에서 쌤과 만든 작품들 하나씩 업로드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