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나 Dec 15. 2015

수제 노트를 아시나요?

사각사각 노트에 글씨를 써 내려가는 소리보다 타닥타닥 문서 창을 띄워놓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더 익숙해진 지 오래예요. 대학 때는 노트를 많이 썼는데, 졸업하고 <갤럭시 노트2>라는 어마무시한 노트가 제 손에 들어온 후, 가방 속에 노트를 넣는 일이 줄었어요. 플래너, 다이어리, 노트. 예전엔 많이도 샀는데.... 살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을 고르곤 했죠. 이제는 일정 관리, 메모, 문서 작성, 전부 가벼운 스마트폰 하나로 할 수 있으니까 노트와 정말 많이 멀어졌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순간의 생각, 감정, 삶을 기록한 노트를 간직하는 일과 멀어졌죠.

 


 

M E N D L ' S

멘들스







그러다 올여름, 우연히 수제 노트를 알았답니다. 인터넷에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관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어여쁜 멘들스 케이크 상자를 재탄생시킨 수제노트를 발견했어요!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핑크빛 멘들스를 보고 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예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캅틱 바인딩으로 엮은 수제노트

 

노트를 보자마자 마음이 콩닥콩닥. 곧장 주문완료, 입금완료, 발송완료! (수제라서 바로 발송완료가 되진 않지만 어쨌든) 재료가 전부 소진될 때까지만 팔아서 혹여라도 동날까 봐 마음 졸이며 주문했답니다. 이렇게 멋진 수제 노트가 세상에 몇 권 없다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역시나, 이제는 살 수 없어요.




C A P T A I N

A M E R I C A

캡틴 아메리카







수제 노트를 알고, 만드는 분의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자주 드나들었어요. 어느 날,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를 모티브로한 노트가 올라왔는데, 붉은 스트라이프와 고급스러운 남색 펄지의 색감에 반해서 또 주문했죠.

 

'코덱스' 라고 불리는 양장 노트


이번엔 노출 바인딩으로 엮은 노트가 아니라 익숙한 양장 노트였어요. 멘들스 노트보다 튼튼해요. 그래서인지 훨씬 두툼하고 크기도 더 커요. 이전 노트도 그랬지만 처음엔 아까워서 한 글자도 못 쓰고 모셔 뒀답니다. 그러다 이것저것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노트에 끄적이는 낙서마저도 소중해지는 거 있죠. 아! 캡틴 아메리카 노트도  이제는 살 수 없어요.




B I N D I N G

K I T

제본 키트







수제 노트에 발을 들여놓으니,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샘솟더라고요. 매달 손편지 프로젝트로 수제 엽서를 만들고 있는 터라 더 관심이 갔어요. 마침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바인딩 키트가 올라왔지 뭐예요. 당장에 주문했죠. 바인딩 키트도 이제는 살 수 없어요.

 

 

[송곳, 바늘, 폴더]도구는 옵션. [실, 끈, 속지, 표지]로 구성된 키트. 멋지게 노트를 완성 시키고 싶었으나... 서투른 솜씨 덕에 실이 드나드는 구멍 주변으로 종이가 전부 찢어지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흐으ㅡ으으으흑륵흑 한 권은 선물 주려고 했는데 결국 두 권 다 제가 썼어요. 열심히.



수 제 노 트 를

만 듭 니 다







몇 권의 노트를 구입하고, 노트나 책을 엮는 바인딩 기법 강의와 직접 노트를 만드는 강의를 찾아 봤어요. 가을부터 쭉 공방에서 직접 노트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답니다. 생각보다 세심한 작업을 거쳐야 하더라고요. 또 무척 흥미진진해서 열심히 듣고 있어요. 만들 때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 덕분에 방 아무데서나 뒹굴던 노트를 이제는 소중히 다룬답니다.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 셈이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올겨울엔 일상에 변화를 줄 멋진 일과 만나셨음 좋겠네요:)



 

+ 제가 구매한 수제 노트 제작자의 트위터와 블로그 링크입니다. 지금은 다른 디자인의 노트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