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conceptzine 인터뷰
컨셉진. 아이폰을 쓰면서 알게 된 잡지다.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 라는 카피, 한 손보다 작아 들고 다니기 편한 크기, 새하얀 디자인. 보자마자 마음에 쏘옥. 소박한 내용마저 어쩜 이렇게 나와 딱 맞는지, 감성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에 이따금 사서 본다. 독자 코너에 참여한 적도 있고 말이다.
그런 컨셉진에서 '행복'을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가슴 벅찬 일이다. 좋아하는 잡지에, 무려 행복이란 주제로 인터뷰라니! 입이 귀에 걸리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내 삶이 행복과 맞닿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으니,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나, 여전히 나답게 잘살고 있구나.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또 한 번 지난날을 돌이켜 보았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떠오르는 장면이 수만 가지. 반대로 힘든 순간을 물었을지언정 마찬가지다. 옥상달빛의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란 노래처럼 사라지고 싶던 날이 얼마나 숱했던가.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시간이 온전히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굴곡진 나날을 지나온 지금, 편지 쓰고, 전시 해설을 하고, 수제 노트 브랜드를 오픈할 예정이고. 친구들은 내가 부럽단다.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서. 애석하게도 꿈꾸던 일을 한다고 마냥 행복하진 않다. 심지어 더 괴로운 시간이 “어서 와” 반기고 있다는 걸 아는 이가 있을 것이다. 영화처럼 아름다운 날들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려 ‘흙 심은 데 흙 나고’ 라는 기사가 날 만큼 헬조선이 아니던가. 치열하게 살아도 안정을 찾기 힘든 시절이다. 일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 속에서 내게 마음이 향하는 일을 선택하는 건 그래서 어김없이 또 도전하는 건 나의 눈을 빛내며, 나의 발로 딛고 서서, ‘나답게’ 살고자 용기를 내는 일이었다. 용기로 걸어온 길에서 나와 닮은 잡지와 지극히 나다운 프로젝트로 인터뷰하다니.
가슴 뛰는 일이다.
행복하다.
내가 쫓는 가치가 헛되지 않아서.
당신은 언제 행복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