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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석무 Apr 21. 2022

들꽃처럼 봄쑥처럼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셋째 권을 펴내며


들꽃처럼 봄쑥처럼


첫째 권과 둘째 권을 많이 읽어주신 덕에 셋째 권을 내게 되었다.

한반도와 그에 딸린 섬들의 골프장 이야기를 쓰고 있다.

둘째 권을 낸 뒤 2020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삼십 몇 군데 골프장을 살펴보았으며 

그 가운데 스물세 곳을 세심히 톺아 셋째 권에 싣는다. 


한국 골프장을 대표하는 가치를 품은 곳들의 이야기를 발견해나간다. 

넷째 권까지 100여 곳을 살펴 담아냄으로써, 이 연작이 스스로 맡은 역할을 맺을 것이라 여긴다.

골프장들의 우열과 등위를 줄 세우거나 ‘최고급’과 ‘명문’들만 찾지는 않는다.

골프 전문 기관들이 선정한 골프코스 순위 등을 다소 참조하되 

스스로 빛나는 골프장, 골프 문화의 흐름을 이끌어 오는 곳들을 찾아 

골프코스에게 직접 듣고, 더듬어 느끼며 보고 적는다. 


이 책은 우선, 여행기다. 

좁게는 한 골프 여행자의 한국 골프장 순례기이며, 좀 더 넓게는 골프장을 문화유산의 한 갈래로 이해하고 고양하려는 인문 탐사 기록이다.


이 책은 또한, 해설서다. 

골퍼가 골프코스의 본질과 실체를 이해하고 플레이하도록 돕는다. 천하의 고절한 지식인들도 골프공 앞에서는 지성을 잃곤 한다. 골프 기술을 가르치는 이는 많아도 골프의 본령이라 할 골프코스를 이해하도록 알려주는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 골프 기량이 나아질수록 더 멀리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골프코스를 알수록 더 내용 있는 골프를 누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이, 비평서로 역할하기 바란다. 

세상에 유명한 골프장들도 막연히 숭배될지언정 온전히 해석되지 않았기에, 가치와 의미가 제대로 판단되지 못해왔다. 비평은 ‘해석’과 ‘판단’이 기본 기능이며 비평의 폭과 깊이는 그 문화의 수준이다. 이 셋째 권에서는 골프코스 해석의 영역과 심도를 전작들보다 더하였으며, 한국 골프장들의 문화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가치 판단의 잣대를 모색함으로써, 새 지평을 발견하는 밑거름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골프장들이 진화해 온 흐름을 알 수도 있겠다. 

설립연도 순으로 배열하였으니 읽다 보면, 골프장들이 우리나라 역사와 땅의 고유한 환경에 대응하면서 스스로 적응 모델을 찾아온 과정과 양상을 볼 수 있다. 첫째 권과 둘째 권을 함께 본다면 더 선명히 알게 되리라. 골프를 즐기는데 역사를 알 필요가 있겠느냐고 묻는 이도 있겠으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골프장이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각 골프장에 대한 자료를 여러 방면으로 조사하여 실질 항목으로 분류·정리하고 

골프 코스 설계가, 골프장 운영자, 조경 디자이너, 코스 관리 전문가, 골프 선수, 건축가 등 

전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돈해서 적은 위에 나의 감상과 해석을 얹었다. 

셋째 권에 담은 공부가 첫 권과 둘째 권보다 깊어졌기에 글의 양도 늘었다. 

앞 권들보다 글자 크기와 행간을 조금 줄여, 더 많은 내용을 담되 책 두께는 비슷하게 유지했다. 

글에 맞는 사진들을 되도록 풍부하게 넣어 이해하기 쉽도록 편집했다. 


둘째 권 서문에서, “외국에 이런 책이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썼는데, 

셋째 권을 쓰며 그런 질문을 더 자주 받았다. ‘골프 선진국’들에서 나온 골프코스 관련 전문 서적들과 코스 여행기 책들은 적잖이 보았지만,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은 방향과 구조 체계가 다르다. 

보고 배운 책과 자료들은 적지 않으나 모방 없이 책을 짓고 있다.

골프가 탄생하고 발전해온 본고장에서는 골프장에 대한 정보를 체계화 할 필요가 오히려 덜할 수 있다. 새롭게 문화를 받아들이고 재창조하려는 사회에서 콘텐츠의 본질적 재정립이 더욱 필요하며, 한국 골프의 지금 위상과 단계가 그러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골프장 해설서이자 비평서이며 인문 탐사 기록인 이 책을 펴낸다.       



되도록 혼자 힘으로 책을 짓고 있으나 적지 않은 분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잔디 전문가 노경식 님은 긴 투병 과정에서도 동행하고 조언해주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이 책 짓기의 불씨가 되었다. 골프장 조성 역사와 잔디 관리 등에 대해 이상재 님, 이혜원 님도 조언해 주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 김훈환 님은 골프장 관계인들을 소개하여 자료 협조에 도움을 주었다. 건국대 골프산업학과 교수 박찬희 님과 경희대 골프부 감독 홍건 님도 전문성을 보태주었다. 조명화 님과 김태경 님의 배려와 동행에 감사한다. 뱅골프코리아의 이형규 님, 오토플렉스 정두나 님과 박건율 님의 따뜻함도 마음에 새긴다. 


고맙게도 한국의 독보적 지도 전문 업체 ‘하늘지도(www.skymaps.co.kr)’에서 항공지도를 제공해 주었다. 전 기상청장이자 블록체인 전문가 조석준 선생의 도움과 지리학자 권동희 선생,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경기위원장을 지낸 고충남 선생의 조언에 감사드린다. 골프코스 설계자들의 전문적 조언·협조와 사진·자료 등을 제공해주신 골프장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오래 맺은 인연, 오성주 님 한송영 님 오다해 님 엄창용 님들의 응원과 선배 안태근 님의 격려는 늘 큰 힘이 된다. 정효성 님 김대인 님 그리고 특별히 김흥섭 님의 우정에 깊이 감사한다. 구름서재 박찬규 대표는 뿌리깊은나무에서 함께 일하던 때부터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그 밖에 여러 고마운 분들이 가르침과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의 구 할은 내 아내 한세라피나의 사랑이 썼다.


-


역사는 발전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왔다.

골프 이야기로 무엇을 이루겠는가마는

황야에 들꽃을 퍼뜨리는 바람처럼, 언 땅을 녹이고 돋아오르는 봄쑥처럼

따뜻한 움직임이고자 한다.      



이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연작을

나의 아리따운 누나들과, 세상에서 가장 품위 있는 사람이자 의로운 군인이었으며

내게 골프와 인생을 가르쳐 준, 존경하는 자형

고 유정웅 장군께 바친다.  



2020년 4월 류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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