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로 동아리를 창설하기 전, 기존에 몸담고 있던 동아리방은 텅 비어있었다.
옛 선배들의 영광은 뒤로한 채, 나와 동기 두 명은 거미줄이 쳐져 있던 동아리방에 들어가 생활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반찬과 밥을 가져와 비닐에 소분해 동아리방 냉장고에 얼려두고 합숙했다.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서 했다.
우리는 공모전에 나가고 싶었다.
당시 정부 3.0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경진대회가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 참가하기로 했다.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수유실 위치정보 시스템이었다.
기존에 비슷한 앱들이 1~2개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제공하지 않았고, 대부분 서울 지하철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전국 수유실 위치정보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하여 ‘맘마미아!’
그런데 난관에 봉착했다.
제공된 공공데이터에는 수유실 위치 정보가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젊고 왕성하며 패기 넘치는 대학생들 아닌가.
‘그럼 일일이 설치기관에 전화해서 물어보지, 뭐.’
그렇게 전국 700여 개 수유실 설치기관에 전부 전화해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그런 다음, 구글 맵과 대조하여 위도와 경도 값을 하나하나 엑셀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지만, 수유실을 급하게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시작했기 때문에 끝을 봐야했다.
이번에도 내가 디자인과 UI 설계를 맡았다. 2013년에 Figma 같은 툴이 있었겠는가.
화이트보드와 A4용지에 매직으로 디자인을 그려나갔다.
우리는 폰갭 라이브러리를 통해 하이브리드 앱 형식으로 개발했고,
디자인과 UI 구현에는 jQuery를 사용했다.
위치 정보는 로컬 DB가 아닌 아파치 톰캣과 MySQL을 활용해 업데이트했다.
그렇게 완성한 앱으로 경진대회 본선에 진출했고, 부푼 기대를 안고 발표를 위해 우리 셋은 서울로 상경했다.
결과는?
떨어졌다. 디자인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1등한 앱을 봤는데, 디자인이 정말 기깔났다.
우리는 조금 불만이었다.
공공데이터에 초점을 두었다면 우리 앱이 실용적인 면에서 우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려한 UI/UX를 뽐낸 날씨 앱이 1등을 차지했다.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지만, 당시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구로디지털단지 앞에서 육회 비빔밥 만 원짜리 3개를 사 먹고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거겠지.
수유실 설치기관에 전화를 걸어 수유실 위치정보 시스템을 만드는 대학생이라고 하면, 담당자들은 기특하게 여겼는지 모두 상세하게 위치를 알려주었던 기억이 있다.
몇 년 후, KT였나 삼성이었나, 비슷한 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우리에게 수유실 DB와 앱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문의 메일을 보내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현생이 바빴고, 그렇게 그 일은 일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