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친구들하고 여수 여행을 갔다가, 개인 시간이 생겨 혼자 곳곳이 구경을 했다. 그때 작고 예쁜 책방이 근처에 있어서 찾아갔다. 조용하고 아늑한 책방에서 구경을 하다가 이 따뜻한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 책 한 권을 샀다. 책방 분위기에 맞춰서 담담하고 진솔한 에세이를 골랐다. 그게 바로 '초보 노인입니다'였다.
새삼 초보 노인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노인이면 노인이지... 수준별 난이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궁금해졌다. 늙음이 낯설다는 이야기가.
# 실버 아파트에서 마주한 나이 듦
책 저자분의 연세는 60대 초반이다. 실버 아파트에 입주하긴 했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나이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지는 못하셨다. 실버 아파트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기에는 아직 젊으셨던 것이겠지. 그래서 실버 아파트에서 마주한 이웃 어르신들 사이에서 본인을 이방인 같다고 느끼며, 그곳에서의 일상이 낯설게 느껴진 것 같다. 이런 심정을 담담한 말투로 담아내고 있어 너무 좋았다.
사실 얼굴에 나타나는 나이와 자신이 받아들이는 나이는 사뭇 다르다. 나만해도 30대지만 나의 철없음을 생각하면 여전히 20대 같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었다. 진짜 나이 듦은 어떨지, 나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 젊은과 늙음, 그 사이에서
생기 있고 화사로운 젊음이 사라져 가고, 그 빈틈을 농익어 가는 시간이 자리를 채우면서 우리는 나이 들어간다. 어린아이처럼 힘차게 뛸 수 없고, 예쁜 원피스와 멋진 수트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고,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던 식성은 간소해지고 조심스러워진다. 학생이라고 부르던 호칭도 아줌마, 아저씨를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로 바뀐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문득 돌이켜 보면,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 들었지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들겠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다 보면, 그 속에서 세월의 야속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늙어가는 것이 슬프기보다는, 젊음이 너무 당연해서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이 더 슬픈 것이 아닐까. 청춘 때의 그 젊음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을까. 뭘 입어도 예쁘고 뭘 해도 좋았던 그 젊음이... 그렇게 흘러가고 나서야 깨닫는 뒤늦음이 한스럽고, 또 한스럽기에 늙었다는 의미일 테니깐. 어쩌면 늙는다는 건, 마치 낙엽이 다 떨어진 늦가을 저녁에 일몰을 보고 있는 마음과 같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