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좋은 환경
A. 대학 동기 - 갑과 을이 되어 버린 식사
한 번은 대학교 동기가 저녁을 산 날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보통의 대답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기의 대답은 달랐다.
"그럼,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어디 땅을 한번 파봐라. 10원 한 장 나오는지."
순간 간 저 말을 듣고 너무 불쾌하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밥을 사달라고 조른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식사 금액의 일부를 보태줬는데도, 마치 내가 뻔뻔스럽게 얻어먹은 것처럼 말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나 '갑'처럼 말하는 태도는 그의 고마움을 싹 잊게 만들었다.
이후 몇 차례, 그의 비꼬는 말투로 인해 나는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만나고 싶지 않았다.
B. 대학 동아리 친구 - 존중받았던 식사
힘든 취준을 이겨내고 마침내 취뽀한 동아리 친구가 친구들한테 저녁을 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모두들 축하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친구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나도 고마워. 내가 다 뿌듯하더라."
친구는 자연스럽게 지나가듯이 한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면서 잘 먹어줘서 고맙다는 말은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주면서 먼저 고맙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