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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09. 2024

기본도 몰랐던 부끄러움에 대하여

People First vs. Identity First

2024년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맨 위에 적어 넣은 것은 "ChSNC (Chartered Special Needs Consultant) 취득하기"였다. 해당 자격증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의 가정을 위한 재정 계획 (Financial Planning) 자문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생애주기별 계획, 세금, 각종 법규, 장애인을 위한 복지 혜택 등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아들 태민이의 자폐로 인해 미국에 남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30세가 넘어서 온 새로운 나라에 어떤 법/규정과 제도가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을 리가 없고, 먼저 이 길을 간 선배와 동료 부모들, 테라피스트들에게 많은 신세를 지면서 여기까지 와야 했다. 하지만 다들 살면서 알음알음 파악한 정보들을 취합하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는게 아닌 한 조각 한 조각 모자이크를 만드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느니 제대로 각 잡고 공부를 해 보자' 싶은 마음에 ChSNC 코스에 등록을 하게 된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분석하는 걸 좋아하니 수업과 시험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CFA (Chartered Financial Analyst)와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으며, 향후 와이프와 함께 테라피센터를 차렸을 때 학부모들에게 자문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독립적으로 내 사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설령 돈 버는데 활용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태민이를 위한 미래 계획은 제대로 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름 몇 년간 조사하고 정보를 모아 왔기에 이쪽 업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첫 수업부터 교만을 내려놓아야 했다. 개론 수업이다 보니 '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다루기 시작했는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언급할 때 장애가 아닌 그 '사람'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라는 강사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지난 6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Identity First>                               <People First>

Mentally-defective adult     vs     Adult with an intellectual disability    

Blind woman                         vs     Woman who is visually impaired

Austistic Child                       vs     Child with autism     

Deaf man                                vs     Man who is hard of hearing


늘 '나는 자폐 아동을 키우고 있어 (I have an autistic kid)'라는 식으로 아이의 장애를 먼저 언급했고 이에 대해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차이가 너무나 명확하다. 누군가의 장애를 먼저 언급하는 것 (Identity First)은 간결하고 명확하지만, 그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도 감정이 있고 이성이 있는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녀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간과하게 만든다. 아이가 자폐가 있음에도 (Child with autism) 난 기본도 모르는 부모였구나 하는 생각에 아직도 부끄럽고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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