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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ul 18. 2024

파도를 찾아 떠나는 11살

지난 주말엔 아들 태민이의 11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비행기로 1시간 반, 차로는 약 8-9시간 북쪽으로 떨어진 Maine주. 유명한 관광지는 별로 없지만 신선한 해산물, 그중에서도 질 좋은 랍스터로 유명한 동네다. 해산물은 생선 정도나 먹는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랍스터의 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게 조금 웃기다는 생각도 들지만, 올해 내 생일에 아이와 와이프를 위한 디즈니 크루즈를 타러 갔으니 그걸로 퉁치기로 했다.


Virginia에 살면서 해산물의 퀄리티가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확실히 이곳의 해산물은 수준이 달랐다. 심지어 어떤 가게는 랍스터와 굴, 대게를 날 것으로 서빙할 정도로 신선했으니 했으니 말 다 했지. 많은 가게들이 자기들이 잡은 재료를 손질하여 내놓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맛도 신선함도 훌륭했기에 가격은 꽤나 있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여행의 테마가 해산물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왔으니 유명한 Portland 등대에도 들르고, 동북부의 유명 국립공원인 Acadia National Park에도 들렀다. 큰 기대 없이 좀 피곤한 상태에서 방문했는데도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에 몸과 마음이 물들어 아무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다면 꼭 2-3일 천천히 머무르며 즐기고 싶은데 그게 언제가 되려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아들 태민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 북쪽 동네의 바닷물은 남태평양의 말랑말랑하고 투명한 간질임과도, 플로리다의 따뜻한 에메랄드 파도와도 다른 차디찬 묵직함을 자랑했다. 화씨 90도 중반 (섭씨 30도 중반)의 무더운 날씨였는데도 발이 시려서 오래 버틸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강철같이 들이치는 파도가 "여름이 뭐 어쨌다고?" 소리치는 기분이었달까? 태민이도 그 답지 않게 다리를 좀 담그다 파도가 치면 도망가는 식으로 굉장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다가와 어부바를 해달란다. 아빠를 방패로 쓰고 싶다 이거지? 물이 너무 차서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아들이 해달라는데 별 수 있나. 이를 악물고 높은 파도를 가슴으로 뚫으며 돌진하니 등에 업힌 아이가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노래 한 구절.


"바다를 찾아서~ 파도를 타고서~"


언제부턴가 이적이나 박효신 같은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찾아 듣곤 했었는데, 아이가 이적의 이 노래를 바다에서 부르는 날이 올 줄이야.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노래 가사가 어떤 뜻인지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순간적으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자폐로 인해 늘 주의가 산만하고 가르침과 지시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이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 작년보다 더 나은 올 한 해가, 너의 11살이 되길 기도할게


https://www.youtube.com/watch?v=jWvRiWmq0qA


바다를 찾아서 파도를 타고서
바다를 찾아서 파도를 타고서

해는 화살이 된 듯 내 몸을 꿰뚫고
녹아내리는 마지막 힘 사라질 때
나는 떠나갈 거야 이 가방을 들고
바람을 막아선 문을 열어 달려가

바다를 찾아서 내 맘을 따라서 누구도 가지 못한
그곳 신비한 나라 외딴섬을 홀로 찾아가서
파도를 타고서 바람이 되어서 숨이 막히는
도시 속의 삶을 잊고서 크게 웃어주는 거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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