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학 신입생 모임 때부터 죽이 잘 맞았던 그 녀석
높은 목소리 톤, 통통한 얼굴, 단발에 가까운 머리로 뽐냈던 엄청난 개성
부상으로 군대는 면제였던 주제에 나에게 장난을 치고 도망갈 때는 무척 빨랐던 놈
생각해 보니 지난 20년 간 즐거웠던 기억 속엔 대부분 그 녀석이 있었다.
올해 4월, 새로운 직장의 시작을 앞두고 잠깐 한국에 들렀을 때 커피 한 잔씩 들고 그의 차 안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암이 완치되었지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치료를 다시 하고 있다고. 평소보다 살짝 여위긴 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간간히 카톡으로 안부를 나누었고, 치료가 잘 되길 기도한다는 덕담을 해 주었다.
11월 18일,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그와 카톡을 나누었다. 컨디션이 요새 최악이라며 주말의 식사 약속 참석은 어렵겠다는 그의 이야기. 오죽하면 그럴까 싶어 '이번엔 한 달 정도 한국에 있으니 천천히 보면 되지. 잘 회복하고 만나자. 맛있는 거 살게'라는 답을 보냈다.
정말 용감히, 최선을 다해 싸웠음에도 그는 일주일 후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며칠 전 그의 발인에 참석하여 마지막을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화를 하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특유의 개성이 묻어난 답이 올 것 같다. 나의 외국 생활로 인해 고작 1-2년에 한 번 얼굴을 볼 수 있었음에도 언제나 숨김없이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그가 이 세상에 없다니 이게 무슨 농담 같은 상황인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아닌 경기도 모처의 납골당에 가야만 그를 만날 수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친구, 네가 이 세상을 떴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네.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냐.
아픔이 없는 그곳에서 그동안 못했던 일들 맘껏 할 수 있길 바라.
많이 그리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