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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03. 2021

남의 이야기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때면 아빠는 티비로 영화를 보고 엄마는 뉴스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확인한다. 나는 많은 날들에 걸쳐 부모님이 그런 힐링을 누리시는 모습을 관찰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평소에도 그리 좋게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오늘따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빠가 하루 종일 거실 바닥에 누워 영화채널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각종 vod 서비스 등을 시청하실 때나 엄마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뉴스, 웹소설, 유튜브를 보실 때 나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요즘 사람들이 다 하는 일들을 하는 것뿐인데 왜 그게 나에게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지 나도 의문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것이 부모님의 자유로운 여가생활이자 내가 어떤 형태로든 간섭할 이유와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여가 생활 역시 부모님들처럼 남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일로 변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매체 발전과 콘텐츠량 증가로 인해 요즘에는 간접적으로 다른 이들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졌다. 간접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매체는 바로 오래전부터 꾸준히 여가 생활 수단으로써 존재해온 영화일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의 인간관계와 그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며, 현실에서는 접하기 힘든 풍부한 상황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미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멋짐을 뿌릴 준비가 되어 있는 주인공의 간지는 우리에게 언제나 짜릿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런 즐거움에 쉽게 매료된다. 간편하지만 즐거운 느낌을 주는 효과가 극에 달하는 콘텐츠들에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끊임없이 그것만 찾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타인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그런 마력을 지닌다.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 게임 화면에서 벗어나기 싫은 게임중독자의 모습이 그것을 설명한다. 요즘 상황으로 살펴보면 당장 유튜브 콘텐츠만 봐도 브이로그, 토크 채널, 옛날 예능, 입시상담, 연애상담, 이슈 채널 등과 같이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남의 이야기를 보며 부러워하고 즐거워하고 웃는 그런 영상들이 많이 존재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자꾸만 더 재밌고 흥미로운 남의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는 이 모든 현상들을 처음에는 기술이 발전한 사회의 당연한 모습으로 여겼다. 그러나 나의 일상 전반이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으로 채워지고 정작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을 깨닫게 되니 이 모든 것이 사회 구성원 전체를 자신의 삶에 소홀해지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적당히 현실 생활과 여가 생활을 분리하며 멋진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우려가 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다. 아직 삶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삶, 본인의 의지대로 가장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그런 시기에 남의 이야기로만 점칠된 생활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어린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보다는 타인의 삶과 의견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며, 심각할 경우에는 하루 종일 그것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끼게 된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내 초딩 때(라떼)는 친구들한테 뭐 하면서 사냐고 물어보면 공부나 독서, 만들기, 그리기, 산책 가기 등등 자신이 직접 할 수 있고 결과물이 드러나는 일들을 한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고 있다.


  사람들이 매체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을 풍부하게 가꾸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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