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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27. 2022

오랜만의 재미난 생각

책도 읽고 나만의 경험도 떠올려보는.


 언제부턴가 내 삶에서 글로 남기고 싶은 소재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흥미로운 소재 따윈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수험생활이 너무나도 단조롭기에 최근 들어서는 생각하는 일 자체의 빈도수도 서서히 줄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틈이 없는 나날들. 활력이 없는 나날들이다.


 나는 이런 답답한 느낌에서 나를 구원해주고 싶을 때면 늘 이야기를 찾는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놓은 것들, 표현해놓은 것들을 읽거나 듣기만 해도 내 마음은 평온을 되찾는다. 공감하고, 새로워하고, 위로를 받고, 희망도 얻으면서 상호작용하는 순간들은 내게 늘 즐거움을 안겨준다. 내 유일한 활력이다.

     

 그런 활력을 얻기 위해 오늘 읽은 책은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이란 책이다. 방송국에 다니는 이재은 아나운서가 자신의 인생 교훈과 철학을 그녀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경험담들과 함께 소개해준다. 사족이지만 책을 읽는데 (스포츠를 사랑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아나운서이신) 이분의 개성이 너무 뚜렷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이분께 스며들게 되었다. 자기 이야기가 확실한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호감이 생기고 자꾸 궁금해진다. 그렇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당당함이 부러워서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재미있는 공부’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성장이 보이는 공부’를 재밌고 즐거운 공부라고 이야기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중계하고, 선수들을 인터뷰할 자격을 얻은 스포츠계 성덕(성공한 덕후)인 그녀는 어느 봄, 미국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출장을 떠났다. 그곳에서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당장 영어 과외부터 시작한 그녀의 영어 실력은 해가 지날수록 발전해, 어느 순간부터는 겁내지 않고 선수들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내가 공부한 것이 바로 현장에서 쓰이고, 그것이 성과가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해보면 공부는 즐거운 것이 된다. 그 성취감이 얼마나 짜릿한지 한 번 맛보면 절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학생인 나는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이제껏 공부를 하며 기억에 남을 정도의 성취감을 맛보진 못했던 것 같다. 애초에 학교에서의 공부는 성과가 성적 향상밖에 없다 보니 공부의 유일한 보상인 성적 향상에서 벅찬 감동..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성취감을 얻긴 힘들 것이다. 새로운 개념이나 상식, 혹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건 즐겁지만 그 외의 온갖 심오한 문제 풀이용 지식들은 지겹기만 하지 문제 풀 때 말곤 써먹을 데가 없으니 진심 배우는 보람이 없다. 사고력을 기르고, 응용력을 기르고 어쩌고.. 물론 뇌 운동에는 도움이 되니 그런 공부들이 아예 필요 없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뇌 운동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사는 것을 기껍게 받아들이진 못하겠다.


 나는 그런 것보다는 수행평가 시간에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멋지게 발표할 줄 아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좋다. 그걸 잘해서 받는 인정이 내 성취감의 바탕이 된다. 내 인생에서는 성적을 잘 받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독특한 나만의 방식으로 쪽팔릴지언정 도전해서 경험을 쌓는 일이 더 즐거웠다.


 중학생 때 심금을 울리는 피아노와 보컬의 하모니가 담긴 영상을 보고 나는 무슨 영감을 얻었던 건지 때마침 있던 가창 시험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내 앞번호 친구들은 죄다 노래방 mr을 띄우고 대중가요를 불렀는데 마지막 번호인 내가 여기서 피아노를 치며 째즈 노래를 불러버리면 무대를 뒤집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선곡은 Fly me to the moon. 확실히 무대를 뒤집어놓긴 했다. 하지만 방식이 새로워서 친구들이 관심을 가졌을 뿐 나는 멋진 음악으로 그 관심을 고조시키진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 몇 주 동안의 연습으로는 그렇게 완벽한 피아노 반주를 할 수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수처럼 노래를 부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는 감히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ㅋㅋㅋㅋ). 그건 너무 양심이 없다... 그래도 나는 그런 무모한 도전을 바탕으로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기분 좋게 빠져드는 시간을 보냈다. 내 음악과 즐거운 연습이 나를 몰입하게 했으니까. 수행이 끝나고 나니 느낀 점도 있었다. 남들 앞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려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려면 피아노를 진짜 물 흐르듯 쳐야 한다는 것... 고음은 하루아침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즐긴다는 것!


 이런 것 역시도 공부라고 할 수 있다면, 내게 즐기는 ‘공부’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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