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서 '다름'을 존중하고, '다름'에 관용을 베풀 줄 안다는 것은 모든 이들의 인식에 있어서 참으로 당연한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세상엔 존중하기 쉬운 것들도 많다.
당신이 민초파이든 반민초파이든, 마라탕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MBTI가 E로 시작하든 I로 시작하든 간에 그것은 내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다름'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다름'은 내게 억지로 생각을 바꿀 것을 요구하거나, 내적으로 심각한 갈등상태에 놓이게 하지 않는다.
음식 취향이야 나는 다 잘 먹으니 아무 곳이나 가도 상관없고, MBTI가 무엇이든 간에 나랑 맞는 부분만 있으면 그와 친구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내 주위 사람이 온갖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다 한들, 그것은 내게 흥미로운 구경거리이자 내가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일 뿐, 결코 그와 나를 대립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당신이 나와 어떻게 다르든 간에, 그것은 '당신이 가진' 다름이므로 그것이 내 삶에까지 침범하여 내 정체성을 흔들 일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껄끄러운 마음 따윈 전혀 없이 당신의 그러한 취향과 성향을 존중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다름'은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태도에서 빠져나와 더 많은 것들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으므로 오히려 좋다.
그러나..
우리가 존중하고, 관용을 베풀기 어려운 '진짜' 상황들은 따로 존재한다.
내 생각을 억지로 바꾸도록 요구한다거나 내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게 하는, 내 정체성을 흔들리게 하는 '다름'을 나는 나도 모르게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가령 말다툼을 할 때, 정답도 없이 오로지 서로의 의견과 성향만이 대화의 흐름을 결정짓는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든지 흐름을 내 쪽으로 오게 만들려고 애를 쓰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판단이 옳은데, 내가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데, 상대는 결코 내가 바라는 대로 생각을 바꿔주지 않는다. 나 역시도 상대가 옳거나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을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있음을 간과한 채 속만 썩어갔던 그 모든 대화들을 떠올려보면 이런 상황에서의 '다름'을 존중하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다른 '다름'은 '오히려 좋아'인데, 그 '다름'이 결국 갈등을 빚어낸 다음에는 내가 뭘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건지,아직까진 자신이 없고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글을 쓰며 지금의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다름'에 대해 정리해보니 전보단 내게 필요한 태도가뭔지 명확히 보이는 것 같다. '다름'에서 오는 갈등은 대체로 대화를 통해 풀어지므로 상대의 표현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래도 내가 받아들이기만 하는 건 좀... 내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는데...(같은 생각을 하면 이제 망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