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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11. 2023

분위기 있다는 말이 가장 좋아요

#퍼스널컬러


최근 나는 나를 꾸미는 일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치장에 대한 관심이야 중학생 때에도, 고등학생 때에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소비하며 적극적으로 나를 꾸며보는 건 최근에서야 시작한 일이다.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인지, 쇼핑몰에서 옷을 구경하고 내 손으로 직접 화장을 하는 데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남다르다.


작년 12월의 소비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옷 종류였고, 그다음이 화장품 종류였다. 자라랑 올리브영 세일이 12월에 있었기에 지름신의 방문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막상 뼈만 남은 텅장을 마주하게 되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다행히 내 소비품목 중에서 내게 후회를 남기는 것은 없었다. 그것은 내가 실패할 확률이 극히 낮은 제품들만 골라서 구매했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손해를 최대한 줄이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편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은 한정 돼 있기에 사전조사 없이는 그 무엇도 허투루 진행할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게 인터넷밖에 없는 스무 살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어디까지 치밀할 수 있겠냐마는, 나는 내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경쟁 상품들을 서로 비교해 보아야 소비를 하기 전이나 소비를 한 후에 마음이 편안하다.


나는 12월의 쇼핑을 위한 사전조사의 일종으로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으러 갔다.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으면 내 피부톤이랑 체형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게 맞는 컬러와 분위기, 패션 스타일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친구랑 둘이 손잡고 갔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한다.


화장을 시작하거나,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하면 항상 듣는 말이 그런 것들은 '해봐야 실력이 는다',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다'였는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실패 확률을 줄이고 화장이든 쇼핑이든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얼굴 톤과 분위기에 어울릴 화장품, 내가 입으면 예쁠 옷들을 전문지식과 통계를 바탕으로 자세히 알려주는 서비스가 필요했다. 그렇게 최소한의 투자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려 하다 보니 어느덧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는 쪽으로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결국 진단을 받고, 업체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쇼핑에 첫 발을 떼니 편하고 좋긴 했다. 실패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7만 원의 진단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여기서부턴 진단 결과 = TMI


거창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TMI를 방출할 생각은 아니고 단지 진단받은 후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여기에 적을 생각이다. 우리 엄마나 친구들 모두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 있지 내가 무슨 타입이 나오든, 내가 진단 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전혀 관심이 없다. 엉엉ㅠ


일단 나의 전체적인 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가을이었고, 그중에서도 짙은 가을, <가을 딥>이라는 것이었다. 가을 딥 타입에겐 이런 색들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오...


처음엔 정말 놀랐다. 이 컬러들은 너무 짙고, 성숙하고, 가을스러웠다!!


나는 내가 성숙한 이미지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 이미지에 약간 질리려는 찰나 나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살리려면 성숙 쪽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몹시 강경하게 설득당한 기분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초딩 때 중딩 같다는 말을 듣고, 중딩 때 고딩 같다는 말을 듣고, 고딩 때 대딩 같다는 말을 듣고,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고, 언니 같다는 말을 듣고, 결정적으로 가을 여자 같다는 말을 들은 나의 이미지는 애초부터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팔레트 사진을 가져온 블로그에서도 가을 딥 타입을 표현하길,


깊은 음영감과 분위기의 상징 "가을 딥"...



또 다른 TMI지만 사실 내게 내심 어울리길 바라던 컬러는 이런 컬러들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컬러와 완전 반대였다. 얘네는 <여름 라이트> 타입에 어울리는 색들이라는데 나의 워스트(Worst) 컬러였다. 오... 워스트라니...


진단 결과에 따라 나는 어쩔 수 없이 싱그럽고 청순한 스타일링에 대한 연구를 미뤄야 했다. 그렇다고 이런 스타일링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내게 안 어울린다고 그런 색과 느낌의 옷들을 못 입으란 법은 없으니까. 다만 지금으로서는 내게 어울리는 방향으로 스타일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막상 거하게 쇼핑을 한 후 나를 내 스타일에 맞게 꾸며보니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산 옷들은 잘 어울렸고, 바르면 너무 성숙해 보일까 봐 걱정했던 와인색 립스틱은 내 이미지에 오히려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게다가 생머리를 하고 있다가 추천받은 펌 머리를 하니 주위에서 잘 어울린다고 난리다.


재밌어. 재밌어. 이 맛에 꾸미는구나.

이렇게 나는 질리기 직전이었던 나만의 분위기를 다시금 사랑하게 되었다. 분위기 있다는 말만큼은 정말이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어쩌면 여태껏 들어왔던 모든 말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일지도.





<출처>

커버 이미지 : 사베이

색 팔레트 : 연구원H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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