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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당하는 마음속임 (中)

인지왜곡의 함정

by 따스한 골방

https://brunch.co.kr/@warmsmallroom/105


상편에서의 내용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위 링크 참조)




인지왜곡의 종류


4. 개인화(personalization)


개인이 통제할 수 없고, 어찌할 수 없었던 일까지도 '본인이 잘못한 탓'이라고 여기는 인지왜곡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놀다가 다치고 온 아이를 보는 엄마가 '아이가 다친 것은 나의 잘못이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될 수 있겠습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크다 보면 이러한 인지왜곡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내 몸의 일부와도 같은 아이가 다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겠어요. 하지만 여기서 '모든 게 나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순간 죄책감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서 죄책감은 필요할 때가 분명 존재합니다. 지나치지 않고 적정한 수준의, 달리 표현하면 현실적인 수준의 죄책감은 때로는 삶에 책임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던 일이, 뜻깊고 보람 있는 성과로 이어져서 건강한 자존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지왜곡의 일종인 개인화에서 기인하는 죄책감은 건강한 마음과는 거리가 다소 있습니다. 통제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어떻게 노력해서 다음에는 결과를 바꿔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나의 인생에 있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죄책감은 건강한 책임감이나 자존감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죄책감은 건강한 수준까지만 유용합니다. 때문에 평소에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잘못하며 살아가는 것 같고, 더 나아가 세상에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의 죄책감을 현실에 기반하여 '정말 나의 잘못인지' 혹은 '내가 바꿔볼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죄책감들 중의 많은 부분들은 비틀리거나 부풀려진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unsplash의 K.Mitch Hodge)


5. 당위적 사고(should/shouldn't and must/mustn't state)


'나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사람들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라며 타인을 몰아세우는 인지왜곡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완벽하게 해내야만 해', '나는 실수하면 안 되는 사람이야'와 같은 생각들이 있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 사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사고지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 중에서 많은 부분들은 의외로 정답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서로에게 존중할 수 있도록 깍듯한 예의를 차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서로 격식을 지나치게 차리지 않는 것은 채로 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됩니다. 또한 어떤 이에게는 감정은 제때 표현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 여겨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정은 충분히 눌러본 뒤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여드린 것들은 정말 단편적인 예시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겪어보신 분들이라면, 사람들마다 '반드시 ~해야 한다'에 대한 생각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론을 하나 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 적지 않은 부분들이 나만의 독단적인 기준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오늘 하루가 수많은 의무들 사이에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다면, 내가 해내야 한다고 느끼는 것들의 리스트들을 작성해 보며 비판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 중에서 상당 부분들이 허상에 근거했던 것들은 아니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여러분의 어깨는 보다 편안해지시리라 생각합니다.


6. 재앙화(Catastrophizing)


재앙화는 현실에서 발생했던 사건에 비해서 지나치게 부정적, 파국적 결과를 예상하는 인지왜곡입니다. '나는 오늘 치킨의 유혹에 넘어갔으니 평생 다이어트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말씀을 해주실 것 같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오늘은 오늘일 뿐이고, 내일부터 다시 또 마음을 다잡고 하면 체중관리는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일이 될 거야'라고 말씀 주시지 않을까요. 이는 현실에 기반한 따뜻한 위로입니다. 오늘 실패했다고 내일 꼭 실패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오늘의 실패가 평생의 실패가 되는 것도 아닐 거고요.


하지만 재앙화의 덫에 빠진 사람들은 이미 파국적인 엔딩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삶이 두렵고 불안한 것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나의 인생이 전부 망한 것만 같습니다. 혹은 사소한 사고가 나더라도 이로 인해 나의 인생이 모두 꼬일 것만 같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이번 일은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본인의 생각은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긴다=망한다'와 같은 등식이 견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인지왜곡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람들의 재앙화는 각자의 인생에서 존재했던 수많은 이유들에서 근거해 있습니다. 그러니 나름의 경험적 데이터를 가지고서,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근거들을 가지고서 내린 재앙화의 결론이다 보니 주변의 반론에도 자신의 결론을 뒤집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인지왜곡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 하편에서는 인지왜곡을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치료법인, 인지행동치료(CBT)에 근거한 치료적 접근들을 간략하게나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날이 춥습니다. 따스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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