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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당하는 마음속임 (下)

인지왜곡에서 탈출하기

by 따스한 골방

https://brunch.co.kr/@warmsmallroom/111


중편에서의 내용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위 링크 참조)




인지왜곡의 사례


이제까지 인지왜곡의 뜻과 종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평소에 제가 얼마나 많은 인지왜곡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쓸 때면 '이번 글의 반응이 안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주눅 들고 의기소침해져서 제 손에서 솔직하고 좋은 문장이 잘 나오지 않았지요.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쓰면 결국 제가 괴로워집니다. 본업인 정신과 의사에 충실히 하면서도 시간을 내어가며 글을 쓰는 것은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만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글쓰기가 괴롭지 않은 것으로 변하거나. 혹은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물론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글을 깎고 깎으며 부단히 노력해 봤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서 글을 깎다 보면 결국 자존감도 함께 깎여나가게 되더라고요. 결국 짧지 않은 기간동안 글쓰기를 멈추어야만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지왜곡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이번 글의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라는 인지왜곡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좀 더 명쾌하게 내릴 수 있었더라면, 아마도 저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을 겁니다.


인지왜곡으로부터 탈출하게 된다면, 어려운 상황을 겪어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인지왜곡의 치료


부정적인 인지왜곡을 객관적으로 바로잡는 것은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전문가입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들을 통해서 인지왜곡을 수정합니다. 이번에는 저의 이야기를 사례로 삼아서 풀어나가보겠습니다.


1. 현재의 상황, 생각, 감정을 분리해서 정리하기

상황 :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쓰고 있다.
생각 :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감정 : 불안하고 위축된다.


2. 나의 생각이 사실인지, 인지왜곡인지 검토하기

기존의 생각 :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반박 :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근거가 있는가? 내 글을 찾아주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놓치고 있다. 이는 '걸러내기'의 인지왜곡처럼,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는 무시한 채, 내 글을 좋아해 줄 사람이 없다는 나만의 부정적인 생각에 과하게 몰두되어 있는 상태는 아닐까?


3. 왜곡된 생각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생각' 찾기

왜곡되어 있는 기존의 생각 :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생각(새로운 생각) : 독자들이 내 글을 반드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4. 새로운 생각을 따르게 되면, 얻어갈 수 있는 마음의 변화를 찾아보기

기존의 인지왜곡에서 오는 감정 :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 불안함, 위축됨.

-> 새로운 생각에서 변화되는 감정 :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할 수도 있을 거야' -> 행복함, 자신감


5. 의도를 가지고서 인지왜곡을 수정하고자 노력해 보기

독자들이 나의 글을 좋아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은 나의 기분을 위축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어차피 그럴 것이라는 확증도 없는 것이라면, 굳이 스스로 나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제까지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이런 부분에 감사함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볼 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라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인지 왜곡에서 새로운 생각으로의 변화를 시도해 보자. 그러다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나의 마음을 점검해 보자.


정리하며


인지행동치료를 설명하는 책은 무수히 많습니다. 당장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인지행동치료'를 검색하면 국내도서만 170권 가까이 나옵니다. 사회불안, 불면, 알코올중독 등 적용가능한 분야도 다양합니다. 여기서는 인지왜곡과 인지행동치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번 글은 일종의 찍먹으로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관련된 도서들을 더 둘러보시고 스스로 공부하시거나,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정신과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정신분석에 비해서 인지행동치료는 매뉴얼화, 단계화되어 대중들이 접근하기에 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덕분에 어느 정도 학습되면 스스로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정신분석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좋아하기에 전공하고 있지만, 인지행동치료도 충분히 차별화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마음을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막막한 분들은 오늘 보여드린 첫 번째 단계처럼 '현재의 상황, 생각, 감정'을 우선 정리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신분석이나 인지행동치료나 시작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치료법 모두 공통적으로 '나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비현실적이고도 가혹한 인지왜곡의 함정에서 탈출하며, 보다 현실적이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서 살아가는 하루가 되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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