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장꾸 Nov 14. 2021

ㄱㅗㅣㄹㅗㅇㅜㅁ

사진 그리고 단상


두어 달 전부터 나는 별다른 괴로움 없이 살고 있어요. 문득 이유 모를 자괴감이 나를 뒤덮을 때도 있지만 푹 빠져있다가 하루 자고 일어나면 완전히 괜찮아집니다. 나는 왜 괴롭지 않을까요. 내가 지금껏 괴로웠던 이유 중 40%는 아마도 관계 때문에, 30%는 아마도 돈 때문에, 30%는 아마도 선택을 내 의지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중 어떤 것은 벗어버렸고, 어떤 것은 해결이 됐으니 괴로울 이유가 없지요. 그러니 큰일입니다. 괴로움 없는 삶을 알아버렸으니 나는 앞으로 더 괴로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안온하고 평온한 시간 뒤라면 아주 작은 괴로움도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나는 적응을 잘하거든요. 어떤 미래가 펼쳐져도 적응을 하고 나면 그 속에서 지금과는 다른 안온함과 평온함을 찾겠지요. 그러니 앞날은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껏 어떻든 잘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아주 잘 살 거니까요.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잘 살 생각입니다. 나를 챙기고, 내 주변을 챙기고, 내가 살아갈 공간을 챙기고, 아무튼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잘 챙기면서 잘살아 볼 생각입니다. 근데 글을 적다 보니 괜한 반감이 드는 건 뭔가요? 가끔은 잘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줄을 더 적어넣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그렇게 적고 마무리합니다. 그럼 모두 잘 살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