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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Apr 08. 2022

나와 글 _ 글벌이는 글로 먹고 살지요

3인칭 회고록 07

당당하게 방송 일을 관두고 새로운 시작에 도전한 J. 이번엔 글 쓰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해볼까도 싶었지만 아예 경력없이 일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하던 일의 방향을 살짝 틀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방송이 아닌 기업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에 입사하게 되었다. 이제는 방송작가처럼 불안정한 프리랜서도 아니고 4대 보험을 내는 정규직이 된것이다. 프로덕션 회사들은 대부분 영세해서 엄청난 연봉이나 복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규직이 된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꼈다. '이래서 고정된 월급이 좋구나!'



그녀가 일했던 회사는 주로 대기업의 행사 영상이나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곳이었다. 방송 때와 똑같이 작가로 들어갔고 똑같이 피디들이 있었다. 하는 일 역시 비슷했다. 방송 때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대본을 작성했다면 이번에는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맞게 대본을 작성하면 됐으니까. 어떻게든 이어서 글 쓰면서 돈을 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이런 글벌이(글로 버는 돈벌이, 방금 만든 말)를 하게 됐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어느 직업이나 나름의 고충이 있듯,   역시 마찬가지였다. J 상대하는 클라이언트들은 대부분 삼성같은 대기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수정과 피드백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행사 영상은 화려한 CG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무리 사전에 디테일하게 구성을 짠다 해도 CG 사전에 똑같이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CG 작업 자체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이미지를 갖다 붙여서 보내는게 일반적이었는데, 가끔 말도 안되는 진상(?)들은  이미지대로 그대로 구현되는거냐며 따졌고, 제가 CG팀은 아니라 확실히 말씀 드릴  없지만 최대한 맞춰 드리겠다 해도 막무가내로 미리 CG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CG팀에 부탁하면 지금도 바쁜데 일을 던진다며 인상을 썼다.



하지만 방송할  보다는 훨씬 스트레스 수준이 낮았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있었다. 원래 낯을 엄청 가리는 스타일이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도 만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것도  홍보영상을 하면서 생긴 일들이었으니까. 이렇게 직업으로써의 글쓰기에 안착하고 평탄하게 흘러갈 무렵, 생각도 못했던, 하지만 남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뻔한 이벤트가 생겨 버렸다. 결혼  얼마   아이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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