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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Apr 09. 2022

나와 글 _ 글이고 뭐고 엄마가 됐다니까요

3인칭 회고록 08

삶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어서 재미있는 것 같다. 원래 결혼 생각이 전혀 없던 J가 남편을 만나고 결혼하자고 먼저 밀어 부칠줄 전혀 몰랐으니까. 또 불규칙적인 생리 주기로 난임이란 판정을 받은 그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첫째가 찾아온 일처럼 말이다. 이런 J에게 찾아온 첫째는 분명 큰 축복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인생이 통째로 바뀔거라는 예고장이기도 했다.




뱃속의 첫째는 엄마가 일하는 것이 싫은지 유독 허리를 아프게 했다. 육아휴직 같은 복지는 기대할  없는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미련없이 일을 관둔 그녀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견디며  달을 지냈다. 다행히 통증은  회복되었고, 입덧도 전혀 없어서 부지런히 놀러 다니는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도는 태교로 읽을수도 있었을텐데  그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는지 의문이긴 하다. 아마도 글을 써서 먹고 살다 보니, 저절로 스트레스처럼 느껴져서 피하진 않았나 싶다. 쓰다보니 그렇다.




아이가 무사히 세상으로 나오고, 어느덧 어린이집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자연스럽게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이 좀 단절되긴 했지만 아주 오랜 시간은 아니었으니 괜찮다는 생각에 여러군데 면접을 보러 다녔다. 집에서 아이만 보다가 바깥 바람을 쐬며 외부 사람들(?)을 만나자 그동안 쌓였던 육아 스트레스도 덩달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 면접 분위기가 좋았던 회사 한군데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날아왔다. '아, 나 아직 안 죽었구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남편과 축하주를 들고 난 다음날 아침, 그녀는 불길하지만 잘 아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에이, 설마.' 그리고 설마는 뻔한 클리셰로 이어졌다. 임테기 두 줄 당첨!



'허허허.. 이거 진짜야? 이런 타이밍으로?'



물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는것 자체가 미안할 만큼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둘째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예정에 없던 첫째에 이어 서프라이즈로 엄마를 찾아온 둘째. 너희는 엄마가 일하는거 참 싫어하는 아가들이구나 하고 웃어넘겨도 봤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또 글과의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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