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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Nov 27. 2023

끝내주는 나의 재취업 02. 2주 만에 해고 당한 썰


 마지막으로 썼던 윗글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 준비를 할 무렵이었다. 채용 검진까지 받고 준비하고 있던 와중에 이력서를 냈던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조건이나 보자고 찾아간 그 곳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10년도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알던 사람을 만난 것이다. 같은 회사였지만 일을 함께 한 적은 없고 이름만 아는 정도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긴장이 풀린 채로 면접을 봤고,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가 됐다. 연봉 조건도 먼저 회사보다 좋고, 회사도 더 가까웠고, 게다가 출퇴근 시간이 고정인게 마음에 들었다.


'아, 여기로 다녔으면 좋겠다.'


 이틀 후 고맙게도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쪽에서도 과거의 내가 아주 망나니(?)는 아니었다는 기억이 있었나보다. 사실은 그 회사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덕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편 이름을 대며 그 사람과 결혼했다고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꽤나 놀라던 모습이었고, 유독 성실했던 남편 칭찬을 5분 정도 들었으니까 말이다.


 먼저 회사에 계약서까지 다 내고 채용검진을 한것도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해 다른 사정을 만들어 둘러댔다. 아주 아쉽고 좋은 기회인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그 담당자였으면 꽤나 열이 받았을 것 같지만 (업무를 늘려줬으니까) 어쩌겠는가. 그 사람도 이직할 때는 나처럼 더 좋은 조건을 찾을테니까.


 이렇게 10년만의 재취업은 두번째 회사에 입사하며 시작되었다. 작은 규모였고, 모회사에서 분리해 나온 자회사였다. 하던 일과 살짝 다른 분야였지만 열심히 배워서 적응을 잘해보리라는 의욕이 넘쳤다. 아는 사람이라 뽑아준 것도 있는데 실망 시키면 안되겠다는 부담과 함께. 그런데 입사 4일째, 나를 뽑은 이사와 대표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표와 면담을 하고 온 이사는 씩씩대며 대표가 자기를 무시한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기어이 퇴근 1시간전 폭탄 선언을 했다.


"저 아무래도 퇴사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할 것 같습니다. 두 분은 (나말고 직원이 한 명 더 있었다) 대표님과 각자 면담한 뒤 진행하세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과 함께 새 회사로 옮겨가고 싶어요. 그쪽에도 이미 팀으로 움직이겠다 말한 상황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솔직히 욕부터 나왔다.) 이 상황에서 이직한 회사에 나를 데리고 간다는 말을 어떻게 믿으며, 여기 남아있어도 모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긴 싫었다. 이사는 첫 출근때부터 나간다고 말하기 전까지 하루에 한 시간은 모회사 직원들 흉보기 바빴기 때문이다. 직접 모회사를 겪어보진 않았어도 그런 말을 3일도 넘게 들었는데 가고 싶을리가.


 하지만 그 뒤에 대표와 다시 잘 풀렸는지 다시 열심히 해보자 하고 원래대로 복구가 되는듯 했다. 하지만 정확히 입사 2주 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같이 일했던 다른 직원 A와 이야기를 따로 나눈 것을 토대로 정리해보니 대표가 이사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스스로 나가게 하도록 분위기를 만든것 같았다. 그래서 열이 받은 이사는 퇴사하겠다 말을 던졌다가 (먹고 살아야 하니) 다시 번복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같이 일하던 A가 이사와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회사를 나간다고 했고, 이걸 꼬투리 삼아 이사를 해고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사가 채용한 나는 포지션이 애매하니 함께 나가라고 하게 된 것.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씩씩대며 어떻게든 고소를 해서 대표에게 큰 엿을 먹이고자 했다. 비슷한 사례를 다 뒤져보고 어떻게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사실 이사가 채용을 해서 얼굴 한번 제대로 보거나 이야기를 나눈적도 없는 대표였다. 하지만 개복치처럼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나는 이런 상황에 놓인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부당해고는 맞지만 일한지 한 달도 안되서 한달 전 해고를 예고하는 의무에도 해당이 되지 않고 기타 등등... 복잡한 법률 관련 검색을 할수록 현타가 오고, 빨리 그냥 잊고만 싶었다.


 결국 나는 일한 만큼만 급여를 받고 그 곳을 나왔다. 당연하지만 날 이직한 회사로 데려가겠다는 이사는 전혀 연락이 없다. (그 사람과 같이 일했던 남편이 그 인간 별로라고 했을때부터 기대도 안했지만) 사방팔방 나 이제 일한다 말해놨고, 평일에 했던 아이들 관련 스케줄을 힘들게 다시 주말로 바꿔두었고, 퇴직하신 아빠에게 아이들 저녁 케어를 부탁드렸었는데... 뭔가 설레발 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니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다. 자존감도 같이 훅 떨어지고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옛날하고 달라진 점은 빨리 정신을 차리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현실은 어쨌거나 월급이 필요했고, 다시 부지런히 잡코리아를 뒤졌다. 이력서도 비공개에서 다시 공개로 돌렸다. 그리고 지원하지 않았던 한 곳에서 솔깃한 입사 제의가 들어왔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세상에 공짜나 쉬운 일은 없다고 솔깃했을때부터 살짝 의심해 봤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직 정신 덜 차렸음) 그 이야기까지 함께 하기는 너무 길어지니 다음으로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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