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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록소록 Feb 13. 2024

새 시작점에서

새로운 시작 전, 정리가 주는 위안


설 연휴에 이어 붙인 연차가 끝났다, 물론 근무시간 기준으로. 남아있는 오늘은 약 6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다, K-직장인답게 남은 휴일을 좀스럽게 체크하며 시간 단위로 슬퍼하는 중이다.


이번처럼 설 연휴를 기다린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어이가 터져버린 인사 발령(#^%$^%*&) 이후, 회사 생각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더 연휴를 기다렸다. 새 부서에서의 새로운 업무를 앞두고 새 마음 새 뜻의 각오를 다지라, 그러니 이번 설 연휴에 연차 붙여 낼 사람은 지금 내라는 새 팀장님의 말씀.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 (당분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부랴부랴 연차를 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연휴+연차의 마지막 날.


쉬는 기간에는 어찌나 이리도 시간이 빠른지. 귀성-귀경 일정을 마치고, 하루는 가족과 시간 보내니, 오늘이 마지막이란다. 아, 금요일도 쉬긴 쉬었지. 뭘 했더라.




그래도 덕분에 알차고 긴 설 연휴를 보냈다. 그간의 보상이라도 받듯 나를 위한 것들을 찾아 헤매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모든 문장에 씁쓸함이 묻어있는 것은 기분 탓이다.


쉬는 날이 끝나갈수록, 새 부서에서 맞닥뜨릴 업무에 대한 막연함은 점차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연휴 전부터도 그랬다, 슬며시 밀려드는 불안함에 퇴근을 앞두고 참고가 될만한 문서들을 한두 개 챙겨 왔다. 그걸 미루고 미루다가 노트북을 켰고, 읽기가 싫어 이렇게 글을 쓴다. 오늘 집 가기 전까지, 아니 자기 전까지는 이 문서들을 과연 읽을까요? 부질없는 질문들만 허공에 나린다. 역시 회사일은 집 근처로도 가져오는 게 아니다.




번갯불 콩 볶듯 이루어진 부서 이동과 정신없는 업무 인계로 가용할 에너지가 없었던 연휴 전, 쌓아놓았던 분리수거와 안 입는 옷들을 내다 버리고 묵은 빨래를 했다. 병원과 세탁소를 다녀오고 미뤄뒀던 일들도 처리했다. 어쩐지 묵은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 새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맞이할 준비가 조금쯤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기분의 유통기한이 다만 몇 시간이라 하더라도 위안이 된다. 부디 이 침착하고 결연한 기운이 내일까지 이어지길.


내일부터는 이전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잘 도닥여놓고 새로운 것들을 맞닥뜨려야 한다. 오늘 하루 자분자분 해결하고 정리했던 것처럼, 내일도 차근차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잘 맞이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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