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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r 04. 2024

한국 의사들을 응원합니다

의료대란을 보며 가슴 아파하며 쓰는 글

멀리 살지만 한국 소식은 빠짐없이 듣고 있다. 집안일 하면서 KBS를 배경처럼 틀어놓곤 하는데, 최근 의료대란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의사 만 명이 사직을 하네마네 하면서 사직 숫자를 실시간 집계를 하고 앉았고, 며칠 시일을 줄건데 그 전까지 안 돌아오면 의사 면허 취소될 수도 있고, 어떤 법적 불이익이라도 주겠다는 협박이 뜨고, 신입생 증원 원하는 의대는 얼른 선착순 신청 받는다, 이렇게 뉴스가 연거푸 나왔다. 의사 증원도 꼭 필요하면 해야 하겠지만, 과연 이 방식이 최선인가? 내가 알던 한국이 맞나? 지금이 박정희 시대인가? 이렇게 협박으로 급하게 밀어부치는 방식이 지금 사람들한테 통한다고 생각하나?


이번에 떠난 의사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몸은 돌아올 수도 있다. 나처럼 부양할 남편과 자식이 주렁주렁주렁 달려있는 사람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다른 곳에 갈 능력도 안 되고, 나이도 많이 먹었고,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정말 어쩔 수 없어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몸은 돌아온데도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마음은 저멀리 떠났다. 다들 의사를 너무 함부로 대했다. 의사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환자를 치료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 따위는 슬며시 내려놓는다. 한번 떠난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모른다. 한국 의사는 세계에서 최고다. 한국 병원이 어떻네, 한국 의사가 어떻네, 툴툴거리는 사람들, 나처럼 이민 체험 한번 시켜주고 싶다.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을 들 수 있고, 이토록 저렴한 비용으로, 최첨단의 시스템과 의료 장비를 갖고, 성실하고 친절하게 바로 치료해주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뿐이다.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의료는 말해 무엇하나. 돈 없으면 건강보험도 못 들고, 병원비가 너무 비싸 병원도 못 가고 집에서 상비약이나 먹고 버티는 것 밖에 못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프랑스 의료는 이전에도 여러번 말했지만, 여기는 의사가 환자를 받지 않는다. 응급실에 피가 철철 흘러서 가도, 아기가 열이  40도가 넘어도 의사를 볼 수 없다(운좋으면 몇 시간 기다려서 볼 수도 있다). 여기는 의사도, 간호사도 놀랍도록 침착하다. 자기의 시간과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에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없다고 말해준다. 이 곳 프랑스에서 AI보다 더 차가운 AI 의사를 수도없이 본다. 환자가 있든없든, 어떤 상황이건 간에 그건 환자 당신 사정이다. 프랑스 의사들은 환자가 어쨌건 내 퇴근시간이 되면 가고, 육아휴직 하고 싶으면 몇달씩 쉬고, 여름 되면 여름 휴가도 한두달씩 간다. 물론, 파업도 자주 한다.


프랑스 의사들은 워라밸 찾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좋아보인다만은, 환자인 우리는 아파도 의사를 보지 못한다. 우리 아이들은 프랑스 오고부터 필수 백신도 맞지 못했다. 


프랑스에 워낙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전세계에서 의사들이 몰려든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응급진료에서 운좋게 만났던 의사 중에서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러시아 의사, 루마니아 의사, 인도 의사... 그 중에는 프랑스말이 유창하지 않은 의사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신경이 안 쓰였다. 일단, 환자인 우리를 받아줘서 감지덕지였고, 말이 중요한게 아니다. 처방전을 받아서 약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특히 항생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으니까. 


의사가 없다는 것, 병원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한국에서 미처 몰랐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운전을 하고, 일을 하러 가고, 운동을 하는 것도, 만에 하나 사고가 나서 다치면 내가 바로 치료 받을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가능한거다. 프랑스에서는 정말 몸을 사리고 산다. 위험한 운동은 안 한다. 날씨가 비오거나 추울 때는 아예 외출을 안한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아이들한테 옷도 여러겹 단단히 입고, 모자에, 목도리까지 중무장을 시킨다. 집에 온갖 상비약을 쟁여놓고 만일에 대비한다. 한국에서 수지침까지 사 왔다. 


왠만한 모든걸 셀프로 해결할 수 있는데, 의사는 셀프가 안되었다. 일년에 절반이 방학인 나라에서 애들셋을 키우니 왠만한 식당 저리가라만큼 셀프로 밥을 하고, 애들 교육도 학원 하나없이 셀프로 가르치고, 미용실도 너무 비싸서 집에서 엉성하게 셀프로 잘라주고, 버스도 택시도 없어 셀프로 운전해서 다니지만, 아플 때 치료하는 것은 셀프로 할 수 없었다. 


여기 프랑스에서 남편은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나도 아이 셋 잘 돌보고 있지만, 우리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에 역이민을 고민한다. 그 이유는 병원.  한국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언제나 나를 받아주는 의사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며, 거의 대통령급이나 되는 호사라는 것을. 



+ 이 글을 읽고 생각이 많아져서 쓴 글입니다.  

[여의도변호사박영진] 정권을 잡은 판검사들, 악의 축이 된 의사들|작성자 박영진 변호사

https://blog.naver.com/pyjlawyer/223364239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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