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alogi Dec 28. 2024

암튼, 영화리뷰

연말 특집(?) 깜짝 추가연재

이 글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기는 무슨 영화 제목이 스포인데 나보고 스포했다고 하기 있기 없기?

사진출처:매일 신문


저 미친놈은 왜 웃통을 벗고 저 야밤에 장대비를 처맞고 있을까.


그와의 첫 만남은 전적으로 나의 무례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빠와 함께 주말에 떡볶이를 먹으며 비디오를 관람한 경력이(?) 전부였던 무지하면서 무자비하기까지 한 초딩의 눈에는 아직  토요명화(혹은 주말의 명화) 속 명작의 하이라이트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눈 따윈 없었으니까.


그러나 떡볶이를 먹기만 할 줄 알았던 초딩이 떡볶이를 해 먹을 수 있는 중딩이 되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을 줄 아는 자본주의 고딩이 되더니 그런 건 살찐다며 거들떠도 안 보는 (척하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비 맞던 미친놈이 앤디 듀프레인이라는 사람임을, 그리고 그는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라는 것까지는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째서. 왜. 그 야밤의 쇼가 명장면인지는 그때까지도 알 수 없었다.  


한낱 영화에도 인연이 닿아야만 했던 것일까.  

내겐 앤디가 미친놈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그를 물또라이로 생각하며 사는데 지장이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떡볶이고 나발이고 뭐라도 냉장고에 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회사원이 된 나는. 앤디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변호사 OCN의 손에 이끌려 광고 후 영화가 시작된다는 멘트로 시작되는 법적공방(?)에 피고인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여전히 불손한 태도로 한입 가득 밥을 와구와구 밀어 넣으면서.


사진출처:구글

두 시간이 넘는 재판동안. 나는 밥상마저 옆으로 밀어둔 채 듀프레인이 스스로 증명해 가는 존재의 확고함을 지켜봐야만 했다. 십수 년 동안 나에게 외면당하고 평가 절하 당했던 <야밤의 광자 사건>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의 억눌렸던 분노와 해방감을 비로소 느끼며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항소할 가치조차 없이. 나는 내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더 이상 앤디 같은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따끔한 충고에, 나는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죄의 대가로 나는 사과문 작성을 형벌로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나의 사과문-다른 사람은 리뷰라고 부르는 것들-작성은 시작되었다. 나는 또 다른 앤디 듀프레인을 찾아다니며 사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성공도. 그리고 애매함도 맛보며 반성문 적합한 단어들을 골라내느라 고통스러워해야 했다. 가끔은 그가 원망스럽고 밉기도 했지만. 나의 사죄문이 내 죄를 한 장씩 벗길 때마다 앤디가 내게 준 것은 벌이 아니라 숙제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료하고 무심하게 그저 흘려보내기 쉬운 순간들. 아무런 무게도 싣지 않은 채 소비하기 쉬운 낱말들을 나는 내 손에 꼭 쥐고 있다 매번 펼쳐내어 찬찬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 이름표를 붙일 수 있었다. 수감생활(?) 동안 쌓인 명찰들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을 때. 마치 돌아온 나를 환영하는 것만 같은 노란 손수건들의 물결이 되어 일상 속에서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덕분에 내 삶도 무색무취가 아닌. 마치 영화 속의 장면들처럼 의미를 띠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나는 지금도 나만의 이름표를 찾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그 과정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처럼 고통 속에 존재하지만. 고통의 끝에서는 마치 모든 복수가 끝난 뒤 해탈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앤디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가는 길을 재촉하곤 한다. 그의 미소를 나 역시 후련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올 수 있을까? 하는 희망 하나로.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펼친다.



[이 글의 TMI]

1. 글쓰기 모임 마감에 쫓겨 쓴 글임. 대충 개판 오분 전이라는 말.

2.이틀 연속 아침 8시에 병원 가려니 죽어난다 죽어 나.

3. 아니 다음주가 2025년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요.


#영화리뷰 #리뷰어 #영화 #쇼생크탈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