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힌드의 목소리] 리뷰
이 글은 영화 [힌드의 목소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씨네랩의 초청을 받고 시사회에 참여하였습니다.
보는 내내 괴로웠다.
88분. 안타까움과 고통으로 점철된 그 시간 동안, 여섯 살 아이의 목소리는 세이렌의 노래가 되어 악착같이 귀를 파고들었다. 몇 번이고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먹먹한 돌덩어리가 되어버린 나는 꼼짝없이 아이의 절규를 들어야만 했다.
현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사건의 끝은 잔혹했다. 폐허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벌판에서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몇 장의 사진으로 남은 잔해들에 마음을 서걱서걱 베일뿐이었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는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가 쏟아져내렸다. 누구에게라도 얼른 이 아픔과 원통함을 전가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가장 적합한. 혹은 가장 흠을 잡기 쉬운 대상이 눈앞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고작 8분의 거리를 5시간으로 늘린 주범.
팀장 마흐디(아메르 레헬).
규율이라고 했다. 구해야 할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오마르(모타스 말히스)에게 그 말은 힌드에게 가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했다. 고작 그 거리에 있는 유치원 나비 반 아이를 구하지 않겠다는 말에 오마르는 마흐디와 감정적으로 부딪친다. 그러나 팀장이라는 직책 앞에서는 오마르의 읍소도, 반칙도 통하지 않는다.
관객은 이 파트에서부터 팀장을 온 마음으로 미워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오마르가 행한 변칙들은 사실 우리가 영화라는 매체에서 통쾌함을 안겨주는 장치가 되는 것이 통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한번"이 끝에 가서 선사할 쾌감, 규율 밖에 존재하는 해결책에서 느끼는 해방감에 익숙해진 관객들이기에.
영문도 모른 채 총격당한 차 안에서 구조만을 기다리는 힌드를 바라보는 라나(사자 킬라니)와 오마르의 마음은, 이런 마흐디의 태도로 인해 초 단위로 무너져 내린다. 또한 철저히 3자의 입장에 있는 관객들 또한 누구 하나 나서서 차 키를 낚아채 내달리는 기적이 생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힌드도. 구조대도. 모조리 폭격으로 인해 사망한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영화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너만 허락했다면."이라는 가정(if)을 마흐디를 향한 무기로 정한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둔기임과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공격이기도 하다.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일을 향한 비난이기에 무차별적인 공격이 될 수밖에 없어 잔인하며, 마흐디를 공격한다 하여 힌드가 살아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또한 존재하는 공격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적신월사의 직원인 오마르와 라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두 직원의 대처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마흐디에게도 통용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가 열정으로 생명을 구하려 할 때. 또 누군가는 절차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법이니까.
우리가 힌드의 죽음 앞에서 아파할 때. 마흐디는 그동안 몇 번이고 자책하게 만들었을 수많은 구조대원들의 죽음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 했을 것이다.
정작 마흐디를 향한 비난의 주인은 이런 비극을 만든 사람들이다. 한 개인의, 혹은 한 집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이런 억울한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전쟁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속수무책일 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에도, 몇몇 지도자들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힌드들이 너도나도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떤 힌드를 먼저 구해야 할지. 저울 위에 올릴 수 있을까.
그러니 우리가 이 영화를 본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던 마흐디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의 TMI]
코로나 이후로 부쩍 늘어난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 영화관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부디 배워야 할 것들은 잔소리로 듣지 말고 습득한 채 사회에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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