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학년을 맡고 가장 걱정했던 건 학부모와의 관계였다.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 자칫 과해질 수가 있고, 잦은 연락이나 학교생활에 대한 여러 요구들은 모두 담임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도 1학년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3월 둘째 주부터 매주 금요일에 한 번씩 일주일 동안 가르쳤던 내용과 읽어 준 그림책을 나누는 글을 꾸준히 올렸다. 무려 여름방학 전 바쁜 성적 처리 기간까지도. 작년에도 하고 싶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 포기했던 일이었다. 매일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주일 한 번으로 결정한 것이지만 한 번이라고 해서 하루 만에 다 적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요일부터 글을 쓰고 다음 날 수업 내용을 추가하고 금요일에 최종 검토 후 글을 올리는 것까지 대충 잡아도 3시간은 넘게 걸리는 일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학부모라면 자녀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가르친다는 걸 알리면 나중에 혹시나 껄끄러운 일이 생겼을 때에도 일을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매주 쓴다 장담할 수는 없다고는 했지만 금요일만 기다린다는 학부모님의 댓글이 큰 힘을 주었다. 관심을 가져준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자율적인 학급 운영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2학기에도 꾸준히 이어가던 수업 나눔을 할 수 없게 된 일이 생겼으니, 2학기 상담 기간에 다른 반에서 사진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한 학부모가 있다고 했다. 그것도 여러 번이란다. 사진을 올리면 자녀의 얼굴 표정, 빈도수, 다른 반과의 비교 등 민원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학년 초에 동학년 선생님들끼리 사진을 올리지 않기로 약속을 한 사실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얼굴 사진보다는 수업 결과물이나 책 표지와 내용 위주로 글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내가 올리는 사진 때문에 다른 반 선생님이 비교를 당하며 강요를 받는 일이 생겼다면 어찌 맘 편히 우리 반만 좋자고 계속 그 일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결국 고민 끝에 수업 나눔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알리는 글을 적었다. 하고 싶은 걸 포기하는 것이 아쉬운 한편 나는 동료들 없이는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아직 갈 길이 아득하다.
안녕하세요 학부모님, 이번 주는 3일밖에 되지 않는 데다 지난주 출근을 하지 못해 돌아오니 할 일이 너무 많았네요. 밀린 채점부터 교실 정리에 상담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수업 나눔 드리고 싶은데 도저히 시간도 체력도 안 되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을 무겁게 적고 보니 걱정도 되고 민감한 사항이기도 하지만 말씀을 드리려고요. 얼마 전 다른 반에서 학급 사진을 올려달라고 반복 요구하는 민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수업 중 사진을 찍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평소에는 모르는 것 알려주고 서툰 것 도와주고 하다 보면 가끔씩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고 있어 여유가 될 때만 찍을 수가 있는데요. 그래서 저도 수업 모습보다는 책 내용이나 학습 결과물을 주로 찍어왔지요. 하지만 여러 해 동안 사진에 자신의 자녀가 나오지 않거나 표정이 이상하다고 하는 등의 민원이 수차례 발생하여 교사들은 점점 사진을 아예 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저희도 사진을 올리지 않기로 한 사항이 있었으나, 저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수업 나눔을 하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이것으로 인해 다른 반에 피해가 발생하였다면 저도 주춤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서운한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것 또한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이 됩니다. 담임이 자유롭게 사진을 올릴 수 있으려면 학급을 비교하는 여론이나 문화가 사라져야만 가능하거든요.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게 되어 저도 횟수를 줄이거나 사진 없이 글만 올리는 등의 간소화가 필요해 보여서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현재 학교 교칙이 재정비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와 별개로 학급에서 제가 시행하고 있는 학급 규칙을 설명드리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1. 과제 제출 시
- 날짜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남아서 숙제를 합니다.
- 남아서 하기가 어려운 피치 못할 사정의 경우 숙제가 1개 더 추가되어 다음 날까지 과제를 제출합니다.
※ 여기서 피치 못할 사정에는 아직 한글을 스스로 적을 수 없는 등의 사정이고, 학원을 가야 하는 내용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숙제 확인을 꼭 부탁드리며, 앞으로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 수업 방해 행동 시
- 동일한 행동 반복으로 세 번 누적하여 지적받았을 시 5분간 교실 뒤로 나가서 서있는 타임아웃제를 실시합니다.
- 나가 있을 동안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잘못 행동을 반복할 경우에 시간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 아주 가끔이지만 수업 진행이 정말 어려울 경우에는 상담실에 상담 요청을 드려 학생이 상담실로 이동할 때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 교실 수업 복귀)
3. 급식 지도 시
- 편식 지도를 따로 부탁하신 학생 외에도 전체적으로 편식이 심하여 개인적으로 다 먹으라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 국이나 찬 중에 1개라도 안 받은 것이 있으면 받아온 것 중 한 가지는 다 먹도록 지도합니다.
- 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는 잔반의 양에 따라 판단하여 받도록 합니다. 다른 반찬을 너무 많이 남겼을 때는 먹고 싶은 반찬을 더 주지 않습니다.
- 하나라도 다 먹은 것이 없이 다 남겼을 때에는 스스로 한 가지를 선택하여 다 먹게 하고 있습니다.
지도하지 않으면 더 편할 때도 있지만 사명이 있는 교육자로서 저는 이건 학교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혹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댓글이나 클래스톡으로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주말 연휴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