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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Dec 16. 2023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

그것도 엄청 많이 읽어주는 선생님. 바로 나다. 하루 한 권은 꼭 읽어주려 애를 쓰고 못 읽은 날이 있으면 그다음 날은 배로 더 읽어준다. 감기 때문에 목이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직접 목소리로 읽어주고 있다. 마음은 그렇다. 그림책을 분야별로 많이 읽고 공부한 뒤 그림책과 수업을 연결하는 작업을 거쳐 학습 자료 개발까지 일련의 과정을 반복해 연구하고 싶다. 당연하지만 교사로서 수업 준비가 제일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른 선생님이 해주신 연수를 듣고 그 자료에 적힌 그림책을 빌려 읽거나, 인디스쿨에서 다른 선생님이 올려주신 자료를 내려받아 거기에 소개되어 있는 그림책을 프레젠테이션으로 휙휙 넘겨보거나. 사실 그것 조차도 여러 과목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버겁게 느껴진다. 다른 선생님의 자료를 빌어 겨우 수업 준비를 마치고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만나면 소장하기 위해 사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과 지역 도서관 어디에도 없는 책인데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은 개인 용돈으로 자주 구매도 한다.


읽어 준 책들은 교실 책장 위에 북스탠드로 전시하여 수시로 가져가서 읽을 수 있도록 게시한다. 차로 5분 거리인 지역 도서관도 정말 자주 드나들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 구입할 때 연수 자료에 제공된 그림책 목록 중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신청하여 교실에 보관해 읽고 있다. 학교 도서관 책이 혹여나 다른 반 학급 도서로 대출이 되어있으면 그 반 선생님께 말씀드려 2주 정도 빌려 읽히기도 한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아이들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재미있게 듣고 책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 그런데 집에 와서 내 아이가 읽어달라는 그림책은 너무 힘들어서 거절하거나 다음으로 미룰 때가 많다. 아들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게 더 신이 난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며 웃고 속닥거리는 모습이 더 기분이 좋다.


얘들아, 이런 선생님 또 없다.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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