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시절 좋은 인생 선배들을 만나 플루트라는 악기를 배울 기회가 생겼다. 벌써 만으로 10년이나 되었는데 잘하지는 못해도 교사 플루트 오케스트라 활동도 하며 정말 즐겁게 연주하고 있다. 처음 배우던 시절에는 연습이 있는 날 출근을 할 때 악기 가방을 차에 그대로 두고 내렸었다. 그런데 추운 날씨나 더운 날씨에 악기가 그대로 노출되면 변질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는 교실에서 악기 불 일이 없더라도 반드시 꺼내서 교실로 가져간다. 쨍하고 화려한 주황색의 플루트 가방을 백팩처럼 몇 번 메고 갔더니 예은이가 금세 관심을 보였다.
“선생님, 왜 가방을 메고 와요? 안에 뭐 들었어요?”
그런데 한 번이 끝이 아니고 그 후로도 두세 번 묻길래 많이 궁금한 것 같아 악기가 들었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악기 이름은 플루트이고 길게 연결해서 입으로 불어 소리 내는 악기라고. 꺼내서 보여줬더니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렇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굳이 꺼내서 이렇게 연주하는 거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우리 반 반가(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불러 주었더니 뒤에서 놀던 아이들도 앞으로 모여든다. 선생님 진짜 잘한다며 칭찬 폭탄이 쏟아진다. 얕은 솜씨로 잘난 척하며 아이들에게 극찬 받기, 오늘도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