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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Jan 09. 2024

책을 만들었습니다.

멋들어진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고 많은데, 많이 부족한 제가 용기를 내어 책을 만들었어요. 투고를 하고 계약을 하고 더 좋은 책으로 편집을 하게 되면 좋았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크크 출판사에서 자가 출판으로 완성했습니다.


경북 교육청의 사업 중에서 <책 쓰는 선생님>이라는 사업이 있어요. 교육의 주제에 맞는 책 발간 계획서와 원고 일부를 제출해서 통과가 되면 예산을 받아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 컨택은 모두 개인의 몫이지만 예산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이점이기 때문에 몇 년 지켜보다 저도 덜컥 신청을 했는데요. 사실 될 줄 모르고 그냥 냅다 지른 것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뽑혔더라고요. 3월 말부터 쓰기를 시작해서 12월 말 출간기념회를 목표로 달리려면 최소 8월 말에는 글이 완성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작년 여름, 서이초에서 일어난 슬픈 일이 있었지요. 학기 중 글 쓸 시간 확보가 어려워 여름방학 때 많이 적어야겠다고 미뤄왔던 저는 그 일 이후로 글을 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모니터 앞에 앉았지만 화면을 쳐다보면 우울한 생각들이 이어지고, 그 선생님은 이렇게 고통받다 가셨는데 저만 우리 반 아이들이 예쁘다고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4주 동안 쓴 글이 겨우 두 편에 불과했습니다.


2학기 개학을 하고 수업 준비와 여러 일들로 도저히 글 쓰기가 힘들겠다는 결론이 나서 사업 담당 장학사님께 포기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목적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 반납이 힘들다고 했어요. 일정이 조금 늦어져도 좋으니 꼭 책을 만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가 10월 중순이었고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출판사와 계약을 마치고 편집을 기다리고 있는 시기였는데, 저는 할 수 없이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자가 출판 플랫폼을 알게 되고 한시름 놓았지요. 일요일 저녁에 아이들을 가족에게 맡기고 카페로 가서 5시간씩 앉아 글을 썼습니다. 기억의 편린들을 유목화하며 책의 얼개를 짜고 정말 전력 질주 했습니다. 쓰다 보니 포기하려던 마음이 다시 해보자는 의지로 바뀌었어요.


글만 넣기가 많이 부족해 보여 지인에게 삽화를 부탁했어요. 교회 중고등부 시절 주보를 만드는 편집부 활동을 했는데, 그때 제가 글을 쓰면 그림을 그려주던 동생이 있었어요. 미대에 가서 지금은 학원을 운영하는 후배인데, 한 번도 경험이 없었지만 저의 간절한 부탁으로 책 작업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표지는 전문가에게 맡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 드디어 부크크 사이트에 입점이 완료되었습니다. 예스 24,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 서점에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힘들게 완성해서 그런지 감격과 감사가 몰려옵니다. 이 달 22일에 교육청에서 출간 기념회도 하게 됩니다. 다음 책 구상이 떠오르는 것 보면 실력은 미약하나마 진정한 작가의 길에 들어선 듯합니다. 글을 쓰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감사합니다. ^^


https://bookk.co.kr/bookStore/659763cfc89be2002961b2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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