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어폰

by 초록 사과 김진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데 바닥에 이어폰이 보인다. 내가 쓰는 선 달린 아이폰 이어폰이다. 실수로 떨어졌구나 싶어 주머니에 넣고 걷는데,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내 곁을 스친다. 차 문을 열고 뭔가를 찾느라 분주하다. 뭘 놓고 왔다보다 하며 엘리베이터 홀을 향해 걷는데, 방금 그 남자가 나를 부른다. 저기요, 혹시... 거기 그 이어폰..... 하며 내 주머니에서 삐죽 늘어져 나와있는 이어폰을 가리킨다. 혹시 주운 거 아니세요? 저기 저 은색 그랜저 근처에서? 순간 아차 했다. 항상 이어폰을 넣어 두는 배낭의 맨 앞 지퍼를 열어 손을 넣었다. 다행히 이어폰이 없다. 주머니의 이어폰을 꺼내 다시 본다. 내 것이 맞다.


그제야 다소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폰 잃어버리셨어요? 그런데 이건 제가 떨어트린 것 같아요. 한 번 보시겠어요?라고 말하자 그 사람은 머쓱한 듯 슬쩍 이어폰을 쳐다보더니 괜찮다고 한다. 살짝 목례를 하고는 나와는 다른 동 입구의 엘리베이터 홀로 저벅저벅 걸어서 사라졌다. 아직까지 유선 이어폰 쓰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네... 혼자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헛, 이런.... 설마.... 연구실 책상 위에 또 하나의 이어폰이 놓여있다. 어제 그 이어폰은 그 사람이 흘린 거구나. 당황했지만 곧 웃음이 터졌다. 이제 어쩐다. 어쩔 수 없지 뭐 라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오래전 유머가 생각난다. 새우깡이기도 했고 때론 붕어빵이기도 했던 그 유머. 버스를 타기 전 새우깡이 먹고 싶던 A는 새우깡을 사서 가방에 넣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앞자리에 앉은 사람 B가 가방을 받아 줘서 맡겼는데, 잠시 후 보니 B가 새우깡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황당한 A는 잠시 고민하다가 같이 새우깡을 먹기 시작한다. B의 손짓이 순간 멈칫했지만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새우깡을 함께 먹었다. 내릴 때가 된 A는 가방과 새우깡을 뺏아 들고 내렸고, 집에 가 보니 뜯지도 않은 새우깡이 자신의 가방 안에 들어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잠시 후 내 웃음은 사라졌다. 낯선 사람을 불러 세워 물어볼 만큼 그 시간 그 사람에게 이어폰이 절실했던 사연이 궁금하다. 수험생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들어야 할 인강이라도 있었을까? 누군가가 고른 음악과 함께 선물한 사연 있는 이어폰이었을까? 음악을 들으며 가을 길 긴 산책이라도 나서려 했던 걸까?


차 번호를 알면 메모와 함께 이어폰을 돌려줄 수 있을 텐데, 우리 주차장에는 은색 그랜저가 왜 이리 많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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